날려버린 예술인 재난지원금 80만원
날려버린 예술인 재난지원금 80만원
  •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 승인 2021.03.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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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2월 8일 전주시가 코로나19로 공연 등 예술 활동이 어려운 문화예술인에게 예술인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내가 소속된 전주문인협회로부터도 그런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이전에 없던 지원이라 일단 잘한 일이라며 반가워했음은 물론이다.

그런 생각은, 그러나 이내 실망감을 넘어 일종의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니 예술인 재난지원금은 ‘전주형 3차 재난지원금’의 일환으로 1인당 50만 원을 2~3월에 거쳐 순차적 현금 지급한다. 신청 대상은 전주시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두고, 올해 1월 1일 기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발급하는 예술활동증명이 유효한 예술인이다.

그런데 예술활동증명이 미완료 또는 유효기관이 만료된 예술인, 국ㆍ공립 문화예술기관 소속 상근예술인은 제외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내가 여기에 속한다. 올해 1월 1일 기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발급하는 ‘예술활동증명이 미완료’되어 있는 예술인이어서다.

그러니까 1983년 방송평론을 시작으로 방송ㆍ영화ㆍ문학분야의 책을 48권(편저 4권 포함)이나 펴내는 등 가히 독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평론가인 내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작 예술인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재난지원금 대상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예술인재난극복지원사업’에 개인 저서가 선정되어 도움을 받았으니 그걸로 만족하려 했다.

하지만 전주시의 예술인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문인들 개인 창작집 발간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 전주시인데다가 코로나19로 예술 활동이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을 돕는답시고 그런 예술인 재난지원금을 시행해서다.

그런 제한은 사각지대 없이 한 사람이라도 빼지 않고 도우려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그 수를 줄여 조금이라도 덜 줄까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주민등록상 전주시나 전라북도에 주소를 둔 예술인이면 충분하지 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이 필요한 지 의문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이 없으면 예술인이 아니란 말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문인의 경우 최근 펴낸 저서 표지만으로도 예술인증명은 충분하다. ‘올해 1월 1일’이란 기준이 왜 있는 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예술인들이 ‘올해 1월 1일’ 이전까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고, 1월 2일부터는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주시나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을망정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기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다하고 있는 국민이자 전주시민이고 전라북도 도민인 나를 포함한 무릇 예술인들이 왜 그런 차별적 패싱을 당해야 하는지 분통 터질 일이다.

활동내역이 명백한 데도 예술인 아닌 취급을 넘어 딴나라 사람 대하듯하니, 무슨 이런 홀대와 차별의 지원이 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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