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공존을 위한 길 ESG
생존과 공존을 위한 길 ESG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1.03.02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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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난해 미국 CNN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던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이 말끔히 치워졌다는 뉴스를 봤다. 정부도 해결 못 하고 있던 골칫거리를 쓰레기를 보조 원료로 사용하는 시멘트업계가 구원투수로 나서 1년 8개월 만에 정리를 완료했고, 4년간 악취에 시달렸던 마을 사람들은 이제야 숨을 쉴 수 있게 됐다며 안도했다. 10년 전부터 친환경 특허를 출원한 덕분에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시멘트 회사는 이제 전문가들이 ESG 우수기업을 논할 때마다 이름을 올리는 알짜 기업 중 하나가 됐다.

바야흐로 생존을 위한 ESG시대가 도래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서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들도 고려해 기업의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하는데 이때 고려되는 비재무적 요소를 일컫는다.

전 세계적으로 ESG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당장 3월부터 역내 모든 금융 회사를 대상으로 ESG공시를 의무화하며, 국제 회계기준을 주도하는 IFRS재단은 최근 비재무 정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환경과 관련된 비재무 정보를 반영하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ESG는 투자 전략과도 관련이 깊은데, ESG에 소홀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당장 주가하락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으며, 투자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그러나 ESG가 급부상 하는 이유가 단순히 투자전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전염병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환경문제에 더욱 민감해졌고,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더 나은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보태진 결과일 것이다.

특히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에게 ESG는 중요한 요소이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길어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두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

전북은행도 지난달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및 친환경 금융 추진에 대한 강력한 실천의지를 담아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관련회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신규대출 중단, 관련사업의 채권 인수 중단 등 환경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책임 있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주도 및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금융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이를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착한 금융, 책임 있는 금융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21년 만에 자신의 신간 저서를 출간했다. 제목은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 우리가 가진 해결책과 필요한 돌파구」. 전 세계 동시 출간된 이 책에서 그는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대기권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에 투자하는 한편, 그가 결성한 투자펀드 ‘획기적 에너지 연합’에서도 저배출 시멘트와 철강, 식물성 고기 업체들에 투자하고 있다. 또 개인에게도 전기차 구매, 식물성 고기 섭취 등을 통해 기후재앙을 막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그동안 기술을 통한 미래를 제시해 왔던 그가 이제는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환경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제 ESG는 그저 핫한 투자 대상의 개념이 아닌 우리의 생존과 공존을 위한 화두가 되었다.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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