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문갤러리 아트갤러리 전주, 사진가 차진현 초대 ‘가려진 지속’을 주제로 기획전
사진전문갤러리 아트갤러리 전주, 사진가 차진현 초대 ‘가려진 지속’을 주제로 기획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3.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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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현, 108인의 초상, 공정엽 1920년 해남 출생, Gelatin Silver Print, 62x53cm, 2008.

 근대 식민사관의 역사를 객관적 역사로 혼동하는 우를 범하며 침묵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전시회가 열려 주목된다.

 사진전문갤러리 아트갤러리 전주에서 3월 1일부터 31일까지 선보이는 사진가 차진현의 ‘가려진 지속’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 ‘전주국제사진제’의 메인전시였던 ‘최민식 초대전’을 성공적으로 기획한 바있는 차 작가가 올해는 자신의 작품으로 전주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이번 기획전 ‘가려진 지속’에서 그는 ‘108인의 초상’과 신작 ‘POST-BORDER LINE’을 통해 방관과 침묵이 만들어낸 역사의 흔적을 시각화 시킨다.

‘108인의 초상’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펼친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록한 작업이다. 1990년대 초반 표면화된 이 문제는 조작된 역사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에 의해 시작됐다. 숨겨져 있던 진실을 드러내고 민족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스스로 타자가 되는 길을 자처한 할머니들은 피를 토해내는 심정이었을 터. 하지만 30여 년간의 노력과 상관없이 이 사건은 사회의 무관심과 국가적, 정치적 계산에 의해 지난 2015년 형식적인 합의에 의한 강제 종료 등 안타까운 상황들을 거듭하기만 했다.

 차 작가는 “신념을 위해 의지를 모았던 238분의 증인들은 이제 불과 10여분 정도 생존하고 있다”며 “검은색의 정방형 프레임 속 ‘108인의 초상’은 종료되지 않은 사건 속 사라져가는 증인들의 기록이자, 드러나 있지만 여전히 역사의 그림자로 존재해야 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표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진현, POST- BORDER LINE, 노동당사 위로 나는  두루미, 철원, Gelatin Silver Print, 94x180cm, 2014.
ⓒ차진현, POST- BORDER LINE, 노동당사 위로 나는 두루미, 철원, Gelatin Silver Print, 94x180cm, 2014.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작업한 ‘POST-BORDER LINE’은 한국전쟁에 의해 생겨난 남북접경지역에서 발견되는 분단 이데올로기의 이질적 풍경을 촬영한 것이다.

 휴전선이 놓인 이 지역은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상징적인 장소임과 동시에 분단으로 인한 냉전 이데올로기가 물리적 실체로 존재하는 기념비적 장소이다. 하지만 역사의 비극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는 어느 순간 목적을 잃은 채 자본과 지역사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관광지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마따나 남과 북이 맞닿아 있는 국경 지역과 DMZ는 관광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에 작가는 전쟁의 흔적을 따라 휴전 이후 남겨진 상흔들과 그 장면을 관망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어제와 오늘의 풍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세계 유일의 휴전 국가,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에서 한국의 정체성과 이념의 경계에 대해 사진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것. 이에 관객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본의 역사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의 역사가 상충하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된다.

 차 작가는 “잘못된 역사를 직시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을 담아낸 ‘108인의 초상’과 냉전 체제 이후 혼돈된 역사적 풍광들을 기록한 ‘POST-BORDERLINE’은 각기 다른 입장적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두 작업은 우리 모두가 나누어 짊어야 할 역사적 권리와 책임에 대해 질문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한낱 드라마의 엑스트라로 생각하는 세상을 향해 나는 유일한 분단국, 155마일에 걸쳐진 국경에 서서 이념의 갈등에서 빚어진 재앙의 경계를,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차진현 작가는 홍익대에서 사진학 박사를 수료하고, 미국 포틀랜드 브루스카이 사진센터, KT&G 상상마당, 고은 BMW 포토 스페이스, 갤러리 룩스, 1839 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관람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2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3월 1일 제외)과 화요일은 휴관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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