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체육계 폭력, 진짜 없는 것인가 아니면 감춰진 것인가
전북 체육계 폭력, 진짜 없는 것인가 아니면 감춰진 것인가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1.0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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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학교 체육에서는 폭력 피해자가 정말로 없는 것일까?”

이같은 물음에 도내 체육계 한 관계자는 “내부 고발자라는 주홍글씨가 남을 것을 걱정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고 귀뜸했다.

최근 전북 출신 유명 프로배구 선수 자매가 학교 체육 폭력 미투 사태의 진원지가 되면서 도내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에 대한 전수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가이드 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도내 학교 운동부에서도 폭행 사태가 불거진적이 있지만 얼마가지 않아 관심 밖으로 사라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24일 전북체육회에 따르면 도내에 등록된 운동 선수는 초·중·고 215곳·3천160명을 비롯해 대학 53팀(1천183명), 실업 37팀(255명) 등 총 4천5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도내 지역에서도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학교 체육 폭력 피해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도내 한 체육인은 “상급 학교 진학, 실업·프로팀 입단까지 이어지는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체육계 특성상 미래 진로에 대한 악영향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피해 신고를 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도내 지역에서 이뤄진 학교 체육 폭력 피해 설문조사에서 지도자의 폭행 사실을 알린 한 선수의 신분이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이 선수는 교육청에서 학교로 설문조사 결과가 통보되는 과정에서 신분이 알려져 심리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학교 체육에서 폭력 피해를 적극적으로 신고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때문에 학교 폭력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기준 명문화와 형식적인 설문조사가 아닌 1대1 면담조사와 같은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도 재발 방지 차원의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타 교육청의 사례를 참고해 조만간 학폭 가해자가 적발되면 징계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체육회도 “최근 체육계 폭력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예방 차원에서 오는 3월부터 전문가들을 위촉해 인권 교육과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며 “폭력 등 불법 행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공정위를 통해 선수들에 대한 자격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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