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학자 신정일 작가의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
문화사학자 신정일 작가의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2.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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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땅 전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문화사학자 겸 도보여행자 신정일 작가가 이번에는 동학이 창시된 경상도 경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운 최제우 선생이 깨달음을 얻은 경주 구미산 용담정과 수운 선생이 도를 폈던 경주 일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자 마음먹고 길을 떠난 것이다.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걷는사람·1만5,000원)’는 동학사상의 원형을 찾아나선 그 길을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그동안 경상도의 동학 운동이 저평가되었던 점을 돌아보고 동학사상의 원형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그 의의를 회복하고자한 것이다.

 신 작가는 지난 시간 동학의 현장을 무던히도 답사했다. 그가 동학에 눈을 뜬 것은 1974년, 감지하 시인의 시집 ‘황토’에서 ‘녹두꽃’을 읽으면서다. 개인적으로는 간첩 혐의를 받아 안기부에 끌려갔다 고문을 받고 풀려나 그 후유증을 견디기 위해 이곳저곳을 걷고 또 걷다가 동학의 현장 답사를 하게 됐다.

 그 때부터일테다. 동학을 평생 숙제처럼 짊어지게 될 것임을 운명처럼 느꼈던 것. 그렇게 동학을 주제로 ‘그 산들을 가다(산악문화)’라는 책을 내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동학은 그의 글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책을 쓰면서도 신 작가는 걷기부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순교로 저항하면서 ‘사람을 한울처럼 모시고 섬기라’는 동학사상을 끈질기게 펼친 역사의 길을 따라서 말이다.

 그 길에서 마주한 풍경은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였다. 경상도 땅 경주에서 수운 최제우 선생이 창시한 동학이 해월 최시형에게로 이어지며, 그 뿌리는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활짝 피어나고, 강원도 등지로 뻗어 나갔다. 가난하고 못 배운 백성들의 마음이 새겨진 아픈 길을 따라 걸으며 작가는 온몸과 정신으로 기록을 남겼다.

 신정일 작가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희생된 동학농민혁명이 끝나고 백몇십년의 세월이 흘러, 그 사이 동학농민혁명이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아 기념일까지 지정되었지만 정작 동학의 연원인 수운과 해월은 사람들에게 낯설기만하다”며 “시대를 앞선 사상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않고 오히려 멸시를 받거나 탄압을 받는다”고 말했다.

 2021년에도 왜 동학인가? 신 작가가 지금 이 순간도 동학을 되새김질하며 담금질을 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여기저기 세상이 소란하기에, 아직도 대동(大同)의 시대가 오지 않았기에…….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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