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25) 문자 썼다가 오히려 개망신
[바른 우리말 산책] (25) 문자 썼다가 오히려 개망신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2.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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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 가각 남다른 특기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는 ‘성대모사’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다. 즉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 짐승 따위의 소리를 흉내를 잘 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성대모사를 ‘성대묘사(聲帶描寫)’로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있다. 묘사(描寫)는 소설, 그림이나 영화, 연극 등에서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옮기는 것을 뜻한다. ‘심리 묘사’, ‘상황 묘사’,‘생생한 현장 묘사’ 등에서처럼 쓰인다. 이를 쉬운 말로 바꾸면 ‘그려 냄’이 된다.

정리하면 모사(模寫)는 사물이나 형체를 본떠 그대로 베껴 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의 그림을 정밀하게 모사했다’와 같이 사용된다. 성대모사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그대로 베낀 듯 흉내 낸다는 점에서 ‘묘사’가 아니라 ‘모사’다.

이렇게 오류를 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한자나 예로부터 전해 오는 한자성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예를 들면 배를 부둥켜안고 넘어질 정도로 몹시 웃는 것은 ‘포복졸도’가 아니라 ‘포복절도’가 맞다. 그리고 산수(山水)의 경치가 수려하여 ‘산수갑산’이 아니고 함경남도에 있는 삼수와 갑산지방은 최악의 오지 산골로 조선 시대 귀양지의 하나였던 ‘삼수갑산(三水甲山)’이다.

또한 남의 눈을 피하여 밤사이에 도망함은 ‘야밤도주’가 아니고 ‘야반(夜半)도주’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 우박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날아가거나 흩어짐은 ‘풍지박산’이 아니고 ‘풍비박산(風飛雹散)’이다.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홀몸은 ‘홀홀단신’이 아니라 ‘혈혈단신(孑孑單身)’이 맞으며, 몸도 목숨도 다 된 것이라는 뜻으로, 몹시 위태롭거나 절박한 지경은 ‘절대절명’이 아니고 ‘절체절명(絶體絶命)’이다. 갈수록 점점 더 좋거나 재미가 있음은 ‘전입가경’이 아니라 ‘점입가경(漸入佳境)’이며 전장에서, 구원병이 없이 고립된 군사나 군대가 많은 수의 적군과 맞서 용감하게 잘 싸움은 ‘고분분투’가 아니라 ‘고군분투(孤軍奮鬪)’가 맞다. 그런데 공연히 아는 체하고 문자 썼다가 오히려 개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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