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 이길남 부안초 교장
  • 승인 2021.02.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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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와서 꽃이 됩니다

봄이 오고 있다. 꽃피는 3월이 오고 있기에 낮이면 훈풍이 분다. 따사로운 들녘에는 양파, 마늘들이 파랗게 자랐다.

아이들은 코로나로 주로 집안에서만 지내고 있지만 해가 바뀌니 어느새 키가 훌쩍 컸고 새로이 시작하는 학교생활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 중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어떤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갈 생각에 맘이 설레는 날이 많아졌다.

초등학교 자녀입학을 앞둔 엄마들은 아이보다 더 맘이 설렌다. 아이를 유치원에 처음 보냈을 당시를 떠올리기도 한다. 유치원 앞에서 엄마와 떨어지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떼어 보내며 엄마는 마음속으로 얼마나 울었던가. 그동안 잘 적응해서 유치원 생활이 편안해진 아이를 다시 또 초등학교라는 낯선 환경에 내보내려니 어쩌면 걱정이 더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날마다 쑥쑥 자라고 있다. 부모의 우려와는 달리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낼 것이다. 물론 아이마다 다 개인차가 있으니 다르겠지만 너무 걱정을 미리 앞당겨서 할 필요는 없다.

1학년 담임선생님들은 제일 먼저 담임 맡은 아이의 이름을 열심히 외운다. 사물함에 이름표를 붙이고 신발장에도 이름표를 붙이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기도 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참으로 뜻깊은 말이다. ‘너’나 ‘얘’가 아닌 “○○야”라고 누군가가 다정하게 나를 불러주었을 때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생긴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은 질문을 던진 후에 아무도 대답이 없으면 그날이 며칠인지를 따져 12일이면 “12번, 대답해 봐.”라고 말해 선생님께 번호가 불릴까 봐 괜히 주눅 들고 떨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김춘수의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로 시작되는 ‘꽃’은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임을 우리에게 잘 알려주고 있다.

어린 시절, 아침이면 친구가 문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학교에 같이 가자고 오고 쉬는 날 집에 있으면 “○○야 노올자~”하며 불리던 내 이름 석 자. 지금도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이 많이 생각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하루종일 친구들과 선생님께 이름을 불리며 지낸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나눠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소중한 내 아이 역시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걱정은 접어두자.

이길남 부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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