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22일까지 기획전 ‘전북의 젊은 시선展’을 연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편린(片鱗), 없어진 존재들’로, 총 5명의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서양화, 한국화, 영상 등 여러 장르의 작가들이 모여 코로나19를 겪으며 재앙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작품으로써 이 시대를 기록하며 불안한 존재들에게 위로의 공간을 제시한다. 코로나 전후로 삶이 가지고 있었던 의미에 크기가 달라지고 가치의 중요성이 다른 것으로 옮겨지면서 삶의 지형도에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작가는 김철규(47), 박두리(32), 성애바(박성애·39), 안준영(37), 이태욱(40)씨다.
김철규 작가는 붓 대신 사포로 그림을 그린다. 캔버스에 겹겹이 바른 아크릴물감을 사포로 벗겨내 형상을 표현한다. 그가 표현하는 것은 주름이다. 주름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작품은 클로즈업한 붉은 손의 주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주름의 세계를 작가는 ‘인체풍경’이라 명명하고 있다. 손에 담겨있는 주름을 집중적으로 나타낸 작품에서는 마치 화산을 담고 있는 붉은 산과 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바이러스와 맞닿아있는 살갗에서 형성되는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기표를 손의 주름을 통해 내러티브(narrative)하게 드러낸다.
박두리 작가는 ‘감정 숨기기’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수히 많은 감정 공격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외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축척되며 살아간다. 이렇듯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무방비상태로 얽히고설켜 결국 익숙해지면 어느새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는데 무감각해진다. 그러다 어느 날 억눌려있던 감정들은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코로나 블루처럼 말이다. 이처럼 부유하는 숨겨진 감정들을 찾아 스스로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성애바(박성애) 작가는 삶 안에서 일어나는 생활반응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을 작품으로 담아낸다. 마치 작가의 그림일기와 같다. 작품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의 눈 속에서 떠다니는 아주 작은 부유물’이라는 작품은 기형도의 시 ‘소리1’의 문장에서 비롯됐다. 이 시는 작가에게 수많은 상상의 시간을 거처 아이러니하게도 비문증이라는 안과 질환에 도달한다. 눈앞에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증상의 질병에 이해와 시의 감정이 더해져 존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안준영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늘을 시각화한다.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신경증과 불면증을 소재로 불안과 결핍에 대한 감정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여러 감정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며 의심으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는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해 말한다. 작품 속 인체는 분열되거나 외부의 이질적인 개체가 이식되기도 하며 이외의 것들이 재조합되는 등 다양한 묘사를 통해 존재의 목적을 찾는다. 이러한 과정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불안과 강박 결핍 등으로 삶과 작품 속에 배어든다. 결국 소화되지 않는 감정과 기억들이 작품 속에서 생태지도로 묘사되어 시각화된다.
이태욱 작가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아름다움이란 것도 고정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말한다. 작가의 아름다움이란 조화로운 상태를 깨뜨리는 배타적 요소를 점차 줄여나가는 노력의 과정이다. 그 자체가 바로 아름다움이라 생각하며 인간의 삶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관찰하고 반응하는 과정은 불편한 감정이나 당황스러움, 버거움 그리고 비뚤어지고 결여됨 등의 상황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상황은 내면의 뒤틀린 자아와 마주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진정한 나와 만나며 내면세계를 직시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삶의 불안과 고립으로 변화된 일상에 대한 예술가들의 고민과 작품을 통해서 관람객들은 변화와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전북도립미술관 관계자는 “2021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의 첫 기획전으로 전북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하며 전북의 젊은 작가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창작 의욕을 고취하여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작품 활동을 위한 기반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침체된 이 시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