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전주는 조선역사를 근간으로 전주한옥마을, 풍패지관 객사,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했던 전라감영과 전주부성, 전주부성의 남문인 풍남문과 한국 최초 문전성시(門前成市)인 남문시장, 조선실록을 보관했던 전주향교 등 역사관광자원을 활용해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대한민국 관광거점도시’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지도 벌써 1년이 지나면서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예전만 못하다. 빈자리는 비대면 관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월부터 코로나 백신 공급이 시작됐다. 코로나정국은 연내 진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관광거점도시’다운 면모를 유지하기 위해선 전주는 ‘코스트 코로나시대’에 대비하는 준비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을 실천으로 옮기는 추진력 역시 요구되는 시점이다.
관광자원은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농경문화를 즐기는 체험관광, 시공을 초월해 선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역사문화, 그리고 현대화된 시설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는 휴양시설 등이다.
이 가운데 전주는 역사문화가 전국 어느 도시와 비교해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전주는 역사문화가 조선시대 것만이 아님에도 조선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듯 하다.
전주는 조선왕조(朝鮮王朝) 역사문화만 품고 있는 도시가 아니다. 후백제 견훤왕의 왕도이기도 하다. ‘삼국사기(三國史記)’ 등 역사 문헌에는 전주는 후백제 왕도로서의 상징성이 기록되어 있다. 동고산 중바위 인근에 있는 ‘후백제 왕궁터’에 대한 위치 비정 등 역사적 규명을 위한 후속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역사학자들의 몫이다. 전주시는 후백제 왕궁터를 중심으로 기반조성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삼국사기’권 제30 열전 ‘견훤’편에 보면 견훤은 900년 나라의 도읍을 ‘완산(完山, 지금의 전주)에 정하고 ’후백제 왕‘이라 칭했다. 관부(官府)도 설치했으며 직책까지 나눴다.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주의 인구 확충을 위해 신라 등에서 노획한 포로들을 옮겼으며, 백제 부흥을 선언할 때 ’고조선-마한-백제 계승의식‘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전주가 후백제 왕도임을 입증하는 역사적 사료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관광상품화 작업에는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경북 문경시는 ‘후백제 견훤 역사유적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전주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자칫 후백제 중심도시로서의 존재감을 문경시에 빼앗길까 염려스럽다.
한 역사문화 관광상품개발 전문가는 전주가 ‘후백제 왕도 관광상품 개발’ 일환으로 한옥마을에서 동고산 견훤왕궁터까지 연결하는 케이블카 설치와 견훤왕궁터 인근에 낮은 물론 밤에도 전주한옥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설치를 강조한 바 있다. 이렇게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동고산성과 치명자산도 자연스럽게 관광상품으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여겨진다. 필자 역시 이 같은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전주가 후백제 왕도로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선 수 백억 원에 이르는 개발사업비를 전주시 재정사업으로 추진이 어렵다면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 활용하는 공격적 자세전환도 요구된다. 문경시의 후백제 왕도 관광상품개발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면 상대적으로 전주는 후백제 왕도로서의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역사문화를 간직하고도 이를 사장시킨다면 전주시로서는 미래이익을 상실하는 정책실패를 자초하는 것은 아닐까.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