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어르신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 진효근 연합진흥 대표이사
  • 승인 2021.01.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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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효근 연합진흥 대표이사
진효근 연합진흥 대표이사

지난해 4·15 국회의원 선거결과 전북은 초·재선 의원으로 모두 채워졌다.

3선 이상의 중진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고 ‘전북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해묵은 진리가 되살아났다.

전북을 상징하는 ‘큰 어른이 없다’ 보니 전북내 현안은 물론이고 중앙에서 역할은 갈수록 위축되고 존재감이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취소 결정으로 지역사회가 찬반양론으로 분열됐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세력이나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기 지방선거의 화두가 된 전주-완주 통합문제도 그렇고 전주종합경기장 활용방안도 마찬가지다.

이들 현안은 전주뿐 아니라 미래 전북 발전의 밑그림이 될 수 있지만 전북내에서 이를 중재하고 풀어갈 수 있는 큰 어른은 없었다.

현안에 따라 이해관계자들끼리 삿대질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풍경이 전북의 자화상이다.

전북 정치권 또한 현안을 조율하면서 이끌어갈 확실한 리더, 어른이 없다 보니 각자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어정쩡한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결정 장애인 같이 못나 보인다. 이러다 보니 당사자들 간의 갈등만 커지고,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가고 만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되돌아보면, 왕건처럼 위대한 스승을 만남으로 삶이 바뀌거나 또는 혼란스런 시대에 방황하는 민중에게 등불의 역할이 되어 주었던 어른들이 많았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상상한 작가 헬렌 켈러와 엔 설리반 선생의 만남이 그랬다. 해방말기, 혼란기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그러했고, 민주화 열기로 사회가 뜨거웠던 시절에 김수환 추기경이 그 예일 것이다.

전북에 ‘어른이 없다’는 문제는 그동안 전북에서 나고 성장한 사회지도층급 인사들의 잘못도 있지만 전북내 잘못된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敎育은 百年大計’라는 말이 있듯이 전북 인물 한 명을 키우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선거의 민심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무조건 세대교체에 편승해 전북을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전북 인재들이 선거패배로 묻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 전북의 현실을 생각하면 과거처럼 전북 출신이 대통령 후보나 여야 각당을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각 부처와 감사원의 사람에 대한 투서가 전북이 가장 많다는 우울한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전해 들었다.

전북내 갈등을 극복하고 전북이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어른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은 그동안 각 분야의 어른들을 찾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이제라도 지역 어른들의 지혜를 잘 활용해야 한다. 도청과 시군 청이 나름대로 존경받는 원로들을 모셔 원로자문회의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수시로 어른들의 지혜를 구하라. 또한 지혜와 권위를 가진 어른들이 지역의 갈등 현안을 중재하는 데 앞장선다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중진의 말을 경청하고 경험을 들어 전북의 발전 동력을 삼아야 한다.

어른은 최첨단 정보나 지식에는 뒤처질 수 있으나 두터운 세월의 지혜만큼은 젊은이들을 압도한다.

‘사람도 늙은 말의 지혜를 따르지 못한다’는 ‘노마지교(老馬之敎)’란 고사성어를 한 번쯤 되새겨야 할 시점에 전북이 놓여 있다.

진효근 <연합진흥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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