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기부로 전북 인재들에게 장학금 마련 나선 이강용 화백
그림 기부로 전북 인재들에게 장학금 마련 나선 이강용 화백
  • 청와대=이태영 기자
  • 승인 2021.01.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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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출향인사들이 모여 설립한 신지식장학회에 작품 5점 기부
수익금 전액 장학금으로...서울 전북장학숙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올 하반기 고인돌 주제로 고창, 전주, 서울에서 대형 기획전 준비

“예술인에게 공공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제 그림을 팔아 얻은 수익금으로 전북의 인재들에게 장학금을 많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경 전북 출향인사들이 뜻을 모아 2000년대 초 설립한 (사)신지식 장학회(조정남 이사장)가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전북의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유명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팔아 얻은 수익금 전액을 장학회에 기탁할 예정이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신지식장학회에 작품 5점을 기증한 경남 마산 출신의 이강용(65) 화백은 1975년 고교 때 사비로 마산 지로다방을 빌려 ‘마른 명태’ 그림을 걸어두고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 후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몰입해 5.18 저항을 극사실의 그림으로 표현한 민중미술계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젊은 시절 판화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일본까지 넘어가 마산수출자유무역지역에서 ‘먹튀’한 기업에 항의했고, 노동자들이 시위하거나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그림을 그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신지식장학회 ‘만원의 행복’ 회원인 그는 동학운동과 고창 고인돌 등을 그린 작품 활동으로 전북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고창에서 고인돌 작품으로 기획전시회를 개최한 적도 있다.

 이 화백은 부모의 직장을 따라 5살 때부터 수년간 전주에서 살아온 그는 전북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결국 삶의 최종 정착지를 전북으로 옮겨 정착하고 창작활동에 매진하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한 달 동안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전북도 서울장학숙 1층 JB드림갤러리에서 호랑이와 꽃, 고인돌, 강산을 배경으로 한 28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개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범 내려온다’는 주제로 이곳에서 전시회를 연 이강용 화백은 “장학숙에 거주하는 360명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그림을 보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사회에 나가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소규모 릴레이 전시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을 팔아 얻은 수익 전액은 신지식장학회를 통해 전북 서울장학숙에 전달, 장학금으로 쓰였다.

 이념 투쟁할 대상이 사라진 현재, 그가 집중하는 주제는 ‘우리의 것, 토종’이다. 그는 현재 우리 조상들의 혼불이 서려 있는 고인돌, 강산, 범 같은 한국의 토속미를 화폭에 담아내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이강용 화백 作 '고인돌'

 그는 “전북 고창 도산리 고인돌은 비례가 안정적이어서 미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고"라고 극찬하고 "매력적인 다른 고인돌을 발굴하고 그림을 그려 토속문화의 활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 며 창작 의지도 다졌다.

 한국에는 전 세계 고인돌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4만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그 가운에서도 고창의 고인돌은 전국 최대 규모다.

이강용 화백 作 '범'

 하얗거나 붉은 범이 노란 달을 바라보는 그림 ‘범도 살았다’, ‘신령스러움’은 토종을 바탕으로 한 자연 복원과 인간성 회복 등 이 화백의 작품세계에게 녹아있는 가치관을 표현한 것이다.

 이 화백은 “우리 강산에서 사라진 범이 노란 달을 보면서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애틋함을 그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가 활활 타올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산을 붉게 칠한 ‘북한산’, 산맥을 파랗게 묘사해 새로운 희망을 기원한 ‘강토’ 등의 작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화백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발소에 갔다가 어미 돼지가 새끼 7마리에게 젖 먹이는 그림을 우연히 봤다“며 그 생동감에 감명받아 화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전시회를 통해 장학금 마련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힐링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현재 이 화백은 서울 보라매 롯데타워 지하에 마련된 ’뱅기노자 자르떼’ 갤러리에서 기획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화백의 전시회를 준비한 ‘뱅기노자 자르떼’ 갤러리 유하라 관장은 “고인돌과 신령스러운 범을 소재로 그려낸 작품들이 독창적이면서도 성스러움이 배어있다”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코로나19로 인해 문화갈증을 해소하며 힐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올 하반기에 고인돌 ‘역사를 말하다’로 고창, 전주, 서울에서 대형 기획전과 학술세미나 준비에 한창이다. 또한 고인돌과 범(호랑이)을 주제로 한 창작음악을 콜라보레이션도 선보이며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힐링에너지를 선사할 예정이다.

 한편, 재경 출향인사들이 모여 만든 신지식 장학회는 현재까지 20년 동안 도내 고교생 400여 명에게 2억 7천1백만 원을 지급했다. 장학금은 현재 회원 300여 명이 매달 내는 1만 원~22만 원으로 대부분 마련하는 십시일반 정신이 반영돼 의미를 더한다.

 SK텔레콤 부회장을 지낸 조정남 이사장이 선뜻 사재 1억 원을 출연해 출범시킨 장학회는 유균(전주) 극동대학교 석좌교수, 김명웅(완주) 약사, 조숙진(김제) 비전대 교수, 김남순(고창) 한의사, 차동천(전주) 전 한솔제지 대표이사, 성재웅(진안) 변호사, ㈜아신 김홍규 회장, 백승기(완주) 건축사 등이 이사로 선임돼 장학회를 이끌고 있다.

 신지식장학회는 지난 2018년 장학금 수혜자가 장학회 회원에 가입하는 등 ‘만원의 행복’이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백승기 이사는 “이강용 화백의 작품 기부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다”며 ”작품을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전북을 이끌 미래의 훌륭한 인재들에게 장학금으로 더 많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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