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운 이웃과 함께, 우리 농업농촌도 나섰다
더 어려운 이웃과 함께, 우리 농업농촌도 나섰다
  • 최재용 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
  • 승인 2021.01.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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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연시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중심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금 모집 캠페인이 있다. 지난 1월 20일 기준으로 전북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세운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당초 목표했던 100도를 훌쩍 넘겨 역대 최고치인 140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있다. 목표했던 것보다 무려 40%나 더 추가로 달성했다는 것이다. 모아진 기부금 액수도 89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란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도, 우리나라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서민경제가 오히려 IMF 때보다도 어렵다는 이 혹독한 시기에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한다.

일반적으로 개인기부자 비율이 높으면 기부 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전체 기부자의 60%가 개인 기부자라고 하니 성숙되어 가는 우리 지역사회의 모습을 보게 되어 뿌듯하다. 더더욱 놀라운 점은 개인 8천 7백여 명과 기업 6백여 곳이 처음 기부에 참여했다고 한다. 돈 많은 부자가 몰려 살고, 초일류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도 아닌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일인 것이다. 오랜 세월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탓에 산업기반과 경제규모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극복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다른 지역과 비교되기라도 하면 스스로를 늘 속상하게 여기던 우리 아니었던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김구 선생님이 백범일지에 쓰신‘나의 소원’을 다시 읽고 싶은 생각에 찾아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문화가 어찌 눈으로 보이는 휘황찬란한 문화재만을 얘기하겠는가? 우리 의식 저변에 흐르는 품격있는 정신문화가 더욱 값지고 소중하지 않겠는가? 나보다 못한 남의 가엾음을 측은하게 여기고, 따스하게 보듬을 줄 아는 마음은 가벼이 바라볼 수 없는 우리 정신문화적 가치의 하나일 것이다.

생각해볼수록 행복해지고 참 뿌듯한 일이다. 장애가 있는 두 부부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조금씩 아껴 모은 돈을 그나마 자기보다도 못한 사람을 위해 써달라 기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해 겪은 큰 실망감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던 얼굴 없는 천사의 수 십년 선행은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되었다. 농업을 맡고 있는 필자에게 그래도 더 눈여겨 보이는 점은 여기에 우리 농업인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사실 작년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사랑의 온도탑 기부 캠페인 말고도, 작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서로 도와 이겨내자는 뜻에서 우리 농업계에서도 기부행렬이 이어졌다. 새농민회, 농촌관광거점마을협의회, 시군 통합마케팅조직협의회, 한우협회, 양돈협회, 농업인단체연합회 등 우리 농업과 농촌 분야에서 많은 힘을 보탠 것이다.

작년 한해는 코로나19 말고도 전례 없는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 때아닌 냉해와 우박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우리 농업농촌을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적지 않았다. 농작물 응급 피해복구를 위한 재난지원금 400억원이 지급되었다. 또 80%가 넘는 정부 보조를 통해 738억원 규모의 농업재해보험 가입이 이뤄졌고, 결국 피해 농가에 1,542억원의 보험금 지급이 이뤄졌다.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정부뿐 아니라 도와 시군이 각각 시행하는 8가지의 직불제 사업과 작년 처음 도입된 농민공익수당을 통해 4,884억원이 현금이나 지역화폐로 농가에 지급되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를 통해 우리 농업이 지원받는 대상에서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의 더 어려운 약자를 돕고 함께 하는 역할과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은 우리 지역사회가 우리 농업농촌이 주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제공, 치유와 휴식의 터전 역할, 강우시 담수 기능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더 넓히고, 또 두텁게 갖게 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최재용<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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