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등’ 사라진 겨울간식, 모두 어디로 갔나
‘붕어빵 등’ 사라진 겨울간식, 모두 어디로 갔나
  • 장수인 기자
  • 승인 2021.01.26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에 ‘붕세권’도 위기
전주시내 붕어빵 노점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속에 26일 전주시 경원동에서 한 붕어빵 노점이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원철 기자
전주시내 붕어빵 노점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속에 26일 전주시 경원동에서 한 붕어빵 노점이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원철 기자

“이제 붕어빵이나 군고구마는 어디가면 살 수 있어요?”

매서운 추위가 온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마다 길모퉁이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던 붕어빵과 군고구마 등 추억의 겨울간식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붕어빵 노점은 갈수록 찾기 어려워져 ‘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주거지역’이라는 뜻의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또 붕어빵, 호떡, 군고구마, 찹쌀떡 등 대표적인 길거리 겨울 간식들이 과거처럼 눈에 띄지 않자 이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붕어빵 노점의 위치를 찾아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나타났다.

중고거래 어플 ‘당근마켓’에서는 겨울간식 지도까지 제공할 정도지만 요즘 거리에서는 붕어빵 등 겨울 간식 노점을 쉽사리 찾아볼 수가 없다.

급격하게 오른 재료비 부담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출이 감소하면서 붕어빵 등 노점들도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하고 하나 둘 씩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26일 오전 10시께 찾은 전주시 경원동 우체국 사거리에서 만난 붕어빵 장수 김경숙(가명·67)씨는 오가는 이 없는 텅 빈 거리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붕어빵을 만들고 있었다.

1평도 채 안 되는 붕어빵 노점은 지난 10년 동안 겨울마다 김씨의 생계를 유지해 준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김씨는 “꾸준히 오르는 재료값을 감당하며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려면 오르는 재료값 만큼 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요즘처럼 사람 없는 길 위에서는 참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이런 노점들은 인도를 무단 점유하며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보행자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민원이 잦아 다들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기다가 못 버티고 떠난다”며 “얼마 전 들어온 민원에 바로 옆이지만 빈 상가 앞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다음번에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국산 팥 40kg의 평균 도매가격은 47만9200원으로 1년 전(34만600원)보다 40.7%가 상승했다. 같은 양의 수입 팥의 도매가격은 23만5800원으로 1년 전(17만6400원) 대비 33.6% 올랐다.

붕어빵에 없어서는 안될 팥 가격이 급등했지만 코로나19로 손님은 급감하면서 경영 한파가 붕어빵 노점들까지 삼켜버리고 있는 것이다.

전주지역 한 붕어빵 체인업체 관계자는 “지난 2019년까지 50여 개 지점이 운영됐는데 올 겨울 들면서 절반 이상 줄었다”며 “이번 겨울 붕어빵 운영 문의는 아예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수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