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예술의 맥 릴레이 인터뷰] (4) - 전북영화인협회 나아리 지회장
[전북 예술의 맥 릴레이 인터뷰] (4) - 전북영화인협회 나아리 지회장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1.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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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리 회장
나아리 회장

 “한쪽이라도 타들어가기 시작하면 그해 농사는 엉망이 되어버리는 콩과 콩줄기처럼, 예술은 어느 한 부분만 성장한다고 해서 발전하지 않죠. 피렌체처럼 문화가 꽃피우는 도시가 되려면 그 안의 구성원들이 소통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열려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물꼬를 트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나아리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전북지회장의 가슴은 여전히 뜨겁다. 40대 초반이라는 물리적인 나이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으로 성장해온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보다 젊어진 전북영화인협회를 향한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리 지회장은 지난해 12월 공석 중인 지회장의 자리에 선출됐다. 부담감도 컸지만 “모든 일에 열린 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라는게 그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이에 따라 첫 번째 목표는 자연스럽게 탄탄한 조직력을 구축하는 일에 두었다. 문화의 힘이 너무나 강력함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체험하고 있지만 현재의 40여 명 안팎의 회원으로는 난관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역의 여러 이슈에 공감하고 성장하는 영화인협회가 많아질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현재 전주와 정읍, 군산에 있는 지부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경기도의 경우 지부만 20개가 넘어요. 활동범위가 넓어야 그물망 같은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투트랙으로 협회 회원을 배가 시키는 노력에 돌입할 생각이다. 협회를 통해 전문인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외부 자문위원과 고문 등을 위촉해 단단한 외연을 쌓아가겠다는 전략인 것. 이미 이순재, 임동진, 김나운, 정초신 등 영화인들과의 공감대도 형성했으며, 대학 영화동아리 등 젊은 피들과도 꾸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나 회장은 정읍영화인협회에서 1년 동안 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체급을 쌓았다. 정읍 영화인 2명을 영화인 DB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문 영화인으로 성장시켜나가는 일에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청년예술대학 연기아카데미 강좌에서 이순재, 안성기, 오지호, 이주승 배우와 김의석 감독 등을 초청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짧은 기간 단발성으로 이뤄진 아카데미였지만 도민의 영화·영상분야에 대한 갈증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나 지회장은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정례화 한다면 제작, 연기 파트 등에서 전문 인력들을 키우고, 진정한 영화의 도시를 만들어가는데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외부의 저명한 영화 전문가와 지역의 영화인, 전북도민이 함께할 수 있는 행사도 다채롭게 꾸릴 생각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상황에 맞춰 자동차극장을 열고,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서로의 감상평을 나누고 꽃피우는 자리를 펼쳐보이겠다는 꿈이다. 찾아가는 작은영화관 같이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들을 꾸준히 펼치고, 늘 연구하는 자세로 실패에도 굴하지 않으면서 위대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직접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어린시절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힘, 그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다고 할까요. 학창시절 유일한 일탈이 영화를 보는 것이었고, 필름 속에 들어가 보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이제 진짜 영화를 찍을 차례가 된 것 같아요.”

엔딩크레딧에 이름 석자 올리는 일만으로도 행복했던 꿈많은 소녀가 성장해 영화판을 기웃기웃 거리면서 쌓은 경험치들을 이제 막 고향에서 풀어내기 시작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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