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문학
예술과 인문학
  • 김동수 시인/(사)전라정신연구원장
  • 승인 2021.01.25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아름답고 속성적으로 진실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예술이 우리에게 정신적 즐거움과 인생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교시적(敎示的)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화가 삶의 방식이요 생활양식이라면 예술은 표현 양식, 곧 미적 양식으로서 그 중심에 진실과 아름다움이 있다. 이러한 예술은 일상생활에 억눌려 있던 원초적 자아들의 자율적 보상 행위로서 밤에는 이것들이 꿈으로 나타나 현실에 억눌려 있던 우리의 억압 감정을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기에 예술이란 우리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꿈과 욕망’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인들은 일찍이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떠올리게 하거나 열정을 느끼게 만드는 여신을 ‘뮤즈(muse)’라 불렀다. 그러나 근대에 와서는 이러한 뮤즈의 독창성과 기술(technic)의 예술관을 창조적 충동의 원천으로 삼아 자유로운 영혼의 세계를 더욱 다양하게 신장시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있디.

그것은 인간이 생존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추구해 가는 창조의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친숙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여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표현하는 일종의 ‘낯설게 하기’가 그 중의 하나이다. 문화와 예술의 창조는 이 ‘낯설게 하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존의 스타일과는 또 다른 양식 그러기에 예술가와 문인들은 익숙한 현실을 생소하게 만들고 재해석하며 매일 보는 일상도 항시 새로운 눈으로 보고자 한다.

형식을 바꾸고 삶의 스타일을 바꾸면 몸도 마음도 바꾸어지게 된다. 형식을 바꾸면 내용도 바뀌고 내용이 바뀌면 형식 또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형식이 내용을 구속하고 형식 또한 내용을 구속한 셈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정서적 가치가 우리의 무딘 삶에 새로운 감각과 정서적 만족으로 생기를 주게 된다.

변화는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종(種)들은 도태되고, 변화를 받아들인 종(種)들은 살아남게 되었다. 육지에서 먹을 것이 줄어들게 되자 공룡은 그대로 멸종했지만, 새로운 먹이를 찾아 바다에 들어간 고래는 지금도 생존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변화에도 항상 지켜가야 할 불변의 가치가 그 안에 내재하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그것이게끔 하는 ‘변화 속의 지속성’이 그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가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표현의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 가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 인간이 지니고 있는 숭고한 아름다움이 그 안에 스며 있어야 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예술이라는 휴머니즘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문학적 사유와 창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술성이 함께 육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진정한 예술이란,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하는 보편적 진실을 반영하되 예술 고유의 창작성 또한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손만으로만 만드는 것은 노동이요 손과 두뇌로 만드는 것은 기술이며 손과 머리와 심장으로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조지훈)고 하였다. 심장을 울리는 이러한 예술은 그 자체로 세상을 개선하지는 않지만, 우리를 좀더 나은 세계로 이끌어 가게 하는 방향성이 있다. 분열되고 파편화된 오늘의 시점에서 양심과 본능, 이성과 감성의 갈등 속에서 억압된 자아를 되찾아 오늘도 예술가들은 또 다른 생명의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과 인문학이 만나면 더 넓은 세계가 열리게 된다. 때론 음악으로 때론 영화로 그리고 문학과 연극으로 우리의 삶은 윤기를 더하게 되리라.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우니 머리도 즐겁고 가슴도 즐겁다. 예술과 인문학의 만남은 메마른 삶에 감성을 덥혀 저 무의식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진정한 자아와 만나 생(生)의 희열을 새롭게 느끼는 순간이 되리라 본다.

김동수<시인/(사)전라정신연구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