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떠올리며…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떠올리며…
  • 이건민 남원소방서 예방안전팀장
  • 승인 2021.01.2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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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민  남원소방서 예방안전팀장

 2018년 1월 26일 07시32분경 밀양 세종병원 1층 응급실 옆 직원 탈의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119전화가 다급히 울렸다. 3시간 만에 화마는 잡혔지만 검은 매연은 죽음의 그림자처럼 38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51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시간은 지나 어느덧 밀양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다. 우리는 해가 거듭할수록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들을 뉴스로 보곤 한다.

 2003년 한 사람의 방화로 시작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시작으로, 2013년 5월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2017년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그리고 작년 4월 38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까지 모두 국민적 실망감과 슬픔을 안겨주고 소방에게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긴 대표적인 대형 참사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피해자의 가족들에겐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있다. 

 일반 시민들의 눈으로 볼 때 소방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당연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활동 즉 현장 활동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고 발생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그로 인해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활동 및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도 기본을 지켰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드라이비트 시공으로 인해 화재 시 엄청난 독성 매연이 발생했지만, 불법증축으로 대피로를 확보치 못했고 인명피해를 키웠다. 그리고 병원 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비록 병원 측에선 설치계획이 돼 있다곤 했지만 말이다.

 또한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정전으로 이어지는 데, 이 사고 현장도 마찬가지로 즉시 정정이 되었다. 비상발전기는 용량 부족에 의해 가동될 수도 없었고, 미작동으로 인해 승강기에 의료진 포함 6명이 갇혀

 사망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모두가 기본을 지키지 않고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기 급급하여 일어난 사고이자 인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재사건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대형시설의 화재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나와 어떤 상관이 있나요?”라고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사고를 생각하고 가정에 돌아가 ‘집에 있는 소방시설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대형화재는 막을 수 없지만, 가정에서 일어나는 화재는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또한 내 가정을 예방해야 우리 주변 대형화재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정의 화재예방이 잠재적 대형화재의 예방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형 재난을 막는 일상생활 속 작은 실천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 우선, 화재 예방의 시작은 우리집부터

 가정은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이자, 사회생활의 출발점이다. 화재로부터 내 집의 안전을 지키는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주택화재경보기)의 설치가 의무화 되었지만 일부 주택들은 무관심으로 설치하지 않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 화재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화재 예방의 시작이다.

 # 소방시설 항시 관리는 필수

 전기·가스·수도가 고장 나면 우리는 생활의 불편함으로 인해 즉시 복구를 시도하지만, 소방시설의 고장에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는 경향이 있다.화재 시 소방시설은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하여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 우리 아이들에게 조기 소방안전교육을

 어린이들의 안전사고는 부주의 및 보호자의 무관심에서 발생하고, 신체나 정신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단계로서 어떤 위험 상황에 처할 때 성인에 비해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소방안전교육의 중요성을 어린 유치원 시절부터 소방기관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안전을 생활화 할 수 있다. 이같이 안전교육의 필요성에 화답하고자 임실에서는 전북119안전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반기에 한 번씩이라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안전을 교육 받는건 어떨까?

 # 비상구를 습관적으로 확인하자

 크고 작은 화재의 위험은 집·회사·음식점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를 예방하는 노력은 흔치 않다. 평소 소화기 및 가까운 출입구와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사람은 화재 등 극한 상황에 처하면 가까운 곳에 비상구가 있음에도 들어온 문으로 탈출하려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다중이용업소 등에 출입 시에는 반드시 피난안내도를 확인하여 비상구 위치를 숙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 국민 모두가 안전의 감시자가 되자.

 부주의에 의한 작은 담배꽁초는 인명과 재산을 빼앗아 가고, 수백 년 간 가꾼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다. 이를 복구하는데 최소 수 십년에서 백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그 피해가 심각하다. 아무리 예방활동을 벌인다고 해도 우리의 관심과 경각심이 없이는 막을 수 없는 인재인 것이다.

 누구든 사고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스스로 안전 의식을 배양하여 적극적인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건민 <남원소방서 예방안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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