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전용목욕탕 ‘누리’ 수요자 중심 운영 체계 개선 시급
장애인전용목욕탕 ‘누리’ 수요자 중심 운영 체계 개선 시급
  • 장수인 기자
  • 승인 2021.01.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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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전용목욕탕, 누군가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것일지 몰라도 저희 가족에겐 ‘그림의 떡’이에요”

 중증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이모(54)씨의 하소연이다.

 이 씨의 남편은 오른쪽 팔다리 움직임이 불편한 심한 장애를 앓고 있다. 이 씨는 보호자 없이는 목욕이 어려운 남편의 이야기를 전하며 “일반인들에게 목욕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제 남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 씨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자신의 몸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는 것을 꺼린다”며 “전주에 장애인전용목욕탕이 있어도 평일에만 운영을 하니 심한장애인들 중 보호자가 직장을 다니는 경우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는 “일반 대중목욕탕도 이용객 상당수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말에 목욕탕을 찾고 있다”며 “그런데 왜 특수한 상황에 놓인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장애인전용목욕탕은 주말 이용이 불가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4월 ‘평등한 세상에서 제대로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취지로 전주장애인전용목욕탕 ‘누리’가 문을 열었다.

 해당 목욕탕은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이 전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전주시에 등록된 심한장애인(1~3등급)을 대상으로 대중탕과 가족탕 2곳을 운영해 등 밀어주기 등의 목욕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인 셈이다.

 하지만 장애인전용목욕탕의 운영 기준이 장애인들의 사정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평일(수요일 제외)에만 운영이 되고 있는 ‘누리’는 현재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지난해부터 5인 이하의 가족단위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가족탕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월·목요일은 여성이 화·금요일은 남성이 이용하고 오전 10시, 오후 1시·3시 등 3차례만 이용이 가능하다.

운영 일수나 요일, 시간 등에 대해 장애인 및 보호자들의 수요 조사를 거쳐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최근 전주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해당 목욕탕을 가리켜 일하는 보호자들을 위해 주말에도 사용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에 전주시 관계자는 “복지관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더 많은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에는 심한장애인(1-3급)이 모두 1만2772명에 이르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장애인전용목욕탕 ‘누리’의 이용 실적은 1182명으로 나타나 전년(2019, 5030명) 대비 23% 수준에 그쳤다.

 
장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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