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줄어든 연탄, 에너지 취약계층의 혹독한 겨울나기
코로나19 여파 줄어든 연탄, 에너지 취약계층의 혹독한 겨울나기
  • 장수인 기자
  • 승인 2021.01.20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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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과 할아버지 / 이원철 기자
연탄과 할아버지 / 이원철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전반이 악화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연탄 기부도 크게 감소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 겨울철, 우리 주변 에너지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는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집에 있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줄어든 연탄 기부로 에너지 취약계층들은 보일러 조절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딱한 상황이 됐다.

최소한의 온기만으로 올 겨울 영하의 날씨를 견디고 참아야한다.

20일 오전 10시께 찾은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 한 주택. 산 아래 위치해 가파른 골목을 따라 올라가야지만 도착할 수 있는 허름한 집은 김동철 할아버지(75)가 지난 5년간 근처의 산을 가꿔주는 조건으로 지내온 곳이다.

매달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이 수입의 전부인 김 할아버지는 젊은 나이부터 조경 일을 해왔지만 노년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일거리가 줄더니 이제는 찾아주는 이가 없다.

연탄 봉사가 진행되는 날이 아니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조차도 없다는 김 할아버지는 “하루에 4장의 연탄을 떼면서 추위를 견디고 있다”며 “2구 연탄보일러를 사용하지만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1구에만 연탄을 떼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집 창고에는 겨우 100개 정도의 연탄이 있었지만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코로나19로 갈 곳 없이 집에만 있다 보니 세상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라며 “전화할 곳도 연탄봉사단체 뿐이라 며칠 전 연탄창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해 염치 불구하고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이날 연탄은행 직원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 할아버지의 창고에 550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김 할아버지는 창고에 쌓인 연탄에 안도했지만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게 사실이다.

전주연탄은행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가구는 총 8000여 가구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 가구에 속해 연탄 기부가 절실하다.

이에 연탄은행은 이번 겨울 80만장의 연탄 모금을 실시했지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상황에 35만장만 기부됐다. 지난 2019년 대비 46%가 감소해 한 가구당 평균 250장의 연탄을 전달할 경우 약 1천170세대가 연탄을 전달받을 수 있는 규모다. 8000여 가구에 달하는 도내 연탄가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기부현황이다.

또한 코로나19로 복지관 직원들의 직접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탄가구의 경우 본인이 직접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주변에 있는 에너지빈곤층 세대들이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우리 모두가 복지사·이웃돌보미라는 인식을 가지고 주변 주민센터나 전주 연탄은행에 연락해 온정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주의 깊게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장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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