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화훼농가를 위한 '생활속 꽃소비운동' 하자
위기에 빠진 화훼농가를 위한 '생활속 꽃소비운동' 하자
  •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 승인 2021.01.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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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땅의 화훼농가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각종 행사와 축제,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고 졸업식과 입학식이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면서 꽃 수요가 급감하자 화훼 농가들이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화훼농가들의 평균매출이 2019년과 비교해 무려 40%가량이나 줄었으며 비단 앞선 이유뿐 아니라 주요 수출 대상국이던 일본도 양국의 관계악화 뿐아니라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수요가 줄어든 것도 매출 하락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코로나 3차 대유행기인 올해도 화훼농가들의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올겨울은 특히 기록적인 한파로 하우스 난방비, 인건비, 농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비마저 급격히 증가해 수지타산도 맞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꽃을 판매하는 꽃집도 어려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보통 연말연초 인사철에는 그나마 숨통이 틔였는데 코로나 19가 확산된 작년부터는 꽃이나 화분을 주문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 매출이 도매는 30%, 소매는 반토막이 났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의 아픔을 함께하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올해도 다양한 소비촉진방안들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 꽃은 생명과 잉태의 상징이다. 꽃이 진 후에 맺어진 씨앗이 생명의 순환을 유지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과 끝을 함께 담고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에서는 매년 새해가 되면 노란 복수초를 선물하며 행복과 장수를 기원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소속된 농협에서는 매년 새해 첫 출근을 하는 직원들에게 꽃과 화분을 나눠주는 연례행사를 몇 년 전부터 시작했다. 우리나라 1인당 화훼 소비액은 코로나 19 발발이전인 15년 기준으로 비교하더라도 1만5,000원으로 일본의 10만원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 펜데믹의 영향으로 국내 화훼산업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10년간 화훼 농가의 수와 그 매출액은 무려 30%이상이나 감소했고, 1인당 꽃 소비액도 약 40%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2년전 부정청탁금지법마저 시행돼 화훼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지다 못해 절망에 빠져 있다. 일시적이나마 그 한도를 상향하거나 다른 판매처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등 관련 단체들이 화훼농가 위기극복을 위한 꽃나눔 행사 등을 작년부터 펼치고 있으나 화훼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의 화훼 주요 소비처는 난, 화환 등 관혼상제용이다. 경조사용 소비가 전체 화훼소비의 무려 80%이상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경기침체에 따라 이전처럼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보다 가격을 따지게 되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꽃은 감상의 대상이 아닌 ‘감정(鑑定) 의 대상’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마저 흘러 나온다. 관행처럼 꽃이 특별한 날에만 쓰이다 보니 코로나19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맞닥뜨리면 소비가 급감하고 화훼산업 전반이 무너질 정도로 큰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

필자가 속한 농협도 꽃 소비촉진을 위한 온라인 홍보 확대, 화훼사업 입주사 대상 건물 임대료 인하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시행하고 있으나,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해 장기적 전략으로 화훼 소비구조를 ‘생활 속 꽃 소비’로 전환함으로써 화훼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생활 속 꽃 소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꽃을 즐기고 나누는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꽃에 대한 친밀함을 높일 수 있는 인식전환이 마련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온라인에 친숙한 20~30대 젊은 층들은 최근 SNS 등을 통해 샘플을 확인하여 모바일로 원하는 꽃을 주문하고 있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꽃 등 화훼류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나아가 지속적인 꽃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 블루에 대한 대응책으로 어린이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원예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비롯해 코로나 극복 이후에는 가족들이 함께 꽃꽂이, 꽃리스나 액자 만들기 등 꽃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체험활동에 참여해 꽃을 자주 접하고 구매하는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도 한 방책일 것이다.

춘래불사춘이 인용된 시 구절 전체를 보면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즉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고 했다. 봄을 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모두가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문만 열고 나가면 화훼가 펼쳐지는 공원과 자연속인데 답답하다고 피력하는 국민들은 나날이 늘어난다.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에게 꽃만큼 위로가 되는 존재도 없다고 필자는 감히 단언한다. 오늘은 여러분부터 가까운 이들에게 온라인 주문으로 꽃이나 화분으로 선물해보면 어떨까? 감히 권유해 본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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