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삶, 우분투(UBUNTU)
함께 하는 삶, 우분투(UBUNTU)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1.17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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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해는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기에 더욱 힘들고 불안하였다. 무엇보다 우리의 삶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모든 것이 변화하였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우리는 코로나19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뀔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지에 대한 걱정이 많다. 우리는 변화에 대한 통찰을 통해 개인, 국가, 세계가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여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국력을 기울여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수년이 걸려야만 만들 수 있는 백신을 불과 1년여 만에 만들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는 국민 모두가 협력하고 국가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노력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각자도생이나 각국도생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물량부족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 그리고 선진국과 빈곤국가간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이나 부자들은 백신을 사제기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접종이 시급히 필요한 국가나 계층에 백신접종을 할 수가 없다. 백신 확보 전쟁에 ‘세계화, 능력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 국가들은 세계화를 추구하였고, 그 결과 능력주의 사고가 사회에 팽배해졌다. 세계화의 이익은 엘리트층이 독점하였고 국가간,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에 급속도로 전파된 것도 세계화와 능력주의에 기인한 바가 크다.

코로나 위기는 생산, 노동, 금융, 소비 등 모든 분야에 위기를 가져왔고 특히 취약계층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많은 노동자가 코로나19로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었고 일터에서의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어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들에 대한 보호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의사, 간호사, 음식 배달자, 택배 운전기사,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에게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지 않지만 코로나19에 노출되어 감염의 위험을 안고 최선전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헌신을 보면서 우리는 잊고 있었던 노동의 존엄성을 되돌아봐야 한다. 임금 수준이 높든 낮든, 대학 졸업장이 있든 없든 육체노동자들의 일을 존중하고 사회적 명예를 인정해줘야 한다. 국가와 사회는 이들에 대한 보상과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남아프리카 반투족 말에는 ‘UBUNTU(우분투)’가 있다. 우분투는 사람들간의 관계와 헌신에 중점을 둔 윤리사상이다. 우분투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우분투 정신은 우리나라의 ‘정’ 문화와 비슷하다. 우분투에 대한 일화가 있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서 연구 중이던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 놓고서 게임 하나를 제안 했다. 나무 옆에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문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가 가득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다 주겠노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과일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서 입안 가득히 과일을 베어 물고서 웃으면서 재미나게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게 누구든지 1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다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느냐?‘ 라고 묻자  아이들은 ‘우분트’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 아이가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 이렇게 덧붙였다.

우분투를 잘 실천한 사람 중의 한 명이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우분투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여행자가 어떤 마을에 들렀습니다. 그가 음식과 물을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음식을 주고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해 주는데 이것은 우분투의 한 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분투의 개념이 투철한 사람은 갈등과 해함이 있을 때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길은 용서밖에 없음을 알게 됩니다.”

세계화와 능력주의,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진 인간의 삶을 회복시키는 하나의 방안이 ‘우분투’이다. 세계화로 엄청난 부를 취득한 국가는 그렇지 못한 국가들에 많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사회와 중소협력업체들의 노력 없이 성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룩한 부를 지금보다 더 많이 중소협력업체와 사회에 되돌려주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엘리트들도 자신의 능력 외에 운이 있어 성공하였다는 겸손함이 필요하고, 육체노동자들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있기에 우리 모두 있다”는 ‘우분투’는 국가, 기업, 단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모두가 함께했을 때 더 커지는 달콤한 행복을 우리 국민이 느껴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행복하면 내 주위에 있는 평균 5명이 그날 하루를 함께 행복해 한다는 통계도 있다. 즉 내가 너를 위하면 너는 나 때문에 행복하고, 너 때문에 나는 두 배로 행복해 질 수 있다.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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