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 걸린 코로나 검사기관 늘리자는 말에 道 ‘갸우뚱’
과부하 걸린 코로나 검사기관 늘리자는 말에 道 ‘갸우뚱’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1.01.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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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도 의료진은 코로나와의 전쟁에 임하고 있다. 이원철 기자
한파에도 의료진은 코로나와의 전쟁에 임하고 있다. 이원철 기자

전라북도 코로나19 검사량이 일일 수백 건에 달하는 가운데 검체 채취 후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최대 9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를 비롯 지역민 전체를 위해 신속한 검사와 판정이 중요한데 검사기관이 타지역에 몰려 있거나 도내에서는 임실에 위치해 있다 보니 거리가 멀어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도내 선별진료소 28곳은 채취한 검체들을 일부는 임실 임실읍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에, 일부는 씨젠 등 진료소마다 계약을 맺은 타지역 민간 업체에 이송한다.

각 진료소 담당공무원이 취합한 검체들을 하루에 여러 차례 나눠 검사를 의뢰하는 구조다. 검사시간만 최대 6시간에 걸린다.

연구원에 따르면 14개 시·군에서 취합해 검사의뢰한 검체 수만 하루 평균 800~1천건에 달한다.

문제는 보건환경연구원은 임실에 있고, 민간업체도 광주, 대전이나 수도권 등지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왕복 2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소요되는 거리이다 보니 결과를 받아보는 시간도 덩달아 지체될 수밖에 없다.

고창만 해도 보건환경연구원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리고, 계약을 맺은 민간 검사기관도 경기도 시흥에 있다. 고창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검사결과까지 9시간가량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도내 한 선별진료소 관계자도 “일정량의 검체를 모아 하루에 3~4번씩 보건환경연구원과 타지역 민간업체에 전달하고 있다”며 “한번은 민간업체에 전달한 검체 하나가 누락돼 다시 연구원에 이송되면서 검사결과가 늦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가까운 전주에 검사기관이 별도로 있으면 훨씬 편할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코로나19 발발 초기 때부터 예상된 문제로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한 민원인은 전북도청 홈페이지 ‘도지사에게 바란다’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게시글을 올렸다.

A씨는 “전라북도 인구 71%는 전주, 군산, 익산, 김제에 살고 있고, 대형 감염병 특성상 인구가 밀집해 있는 대도시에서 더 확산이 빠른 만큼 검체 수 역시 전주, 군산, 익산에 집중될 것”이라며 “굳이 검체 분석기관을 임실에 두고 시간을 낭비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동시간으로 검체 확진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인력소모와 물자 지출 문제가 더 크다”며 “비상용 전염병 검사 시설을 전주보건소 또는 전북대병원 근처 등 전주시내 적절한 위치에 마련해 앞으로 또 발생할 다른 전염병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도내 확진자 수만 보면 17일 오전 기준 전주 234명, 익산 189명, 군산 148명, 순창 118명, 김제 93명 순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뿐만 아니라 에이즈, 결핵, 폐렴 등 주요 바이러스는 도내 곳곳에서 상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전주에 따로 검사기관만 설치해도 시간과 비용을 2배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게 A씨의 의견이다.

보건환경연구원 당시 이에 대해 “이전 부지와 건물확보, 지역주민들 이해관계, 중앙부처와 협의 등 많은 문제점이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그 후로 전북도 등 내부적으로 별다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철호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은 “코로나 사태가 많이 누그러졌고 백신 접종도 곧 이뤄지는 상황에서 분원 설치는 많은 비용도 들고 쉽지 않아 보인다”며 “각 시·군과 민간업체가 협의해 분소를 설치하는 게 더 빠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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