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명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가풀막’
이봉명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가풀막’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1.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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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명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가풀막’(도서출판 두엄·1만5,000원)’은 비상하는 새떼 따라 날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담아낸 단단한 책이다.

 총 5부로 나눠 84편의 작품이 수록된 시집에는 가는 것과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시인의 시각이 많이 보인다. 시인은 단단하지 못한 생의 골격이라 말하지만, 걸어온 만큼 다시 가야함을,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짐을 노래한 시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시집은 사계절의 이미지에 맞춰 작품을 분류해 두고 있기도 한데, 평설을 붙인 이병초 시인의 말마따나 “아무데나 열어봐도 자연과 노동이 어울린 삶의 정체가 오롯하게 형상화” 되어 있다.

 봄날의 벚꽃을 바라보며 ‘지랄 맞도록/ 화려하게 피었다가’라고 솔직한 심정을 내뱉는가 하면, ‘살아온 날 많을수록 깊어진 수심 더할수록’ 끝내 봄날은 또 가고 있음을 처연하게 직시한다. ‘물줄기의 뼈가 선명하게’ 땅에 꽂힌 소나기를 바라보면서 자신도 ‘한때 저처럼 울고 싶었다’고 회상하는가 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쫓겨서 숨 쉴 곳 없는’ 어느 여름날엔 ‘끈적끈적한 오후 누르고 있다’고 나른한 시간을 밀고 당긴다.

 사물과 풍경을 뜨겁게 바라보고, 형상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토해낸 시어는 독자들의 가슴을 적셔주기 충분하다.

 이병초 시인은 “시를 손끝으로 썼다기보다는 몸으로 먼저 쓰고 나서 붓을 들었을 그의 시편들, 삶이 가진 비극성까지 끌어안는 시편들은 승속을 따지고 가리지 않는 무욕의 시학으로 자리를 넓혀가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해맑다”며 “땅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를 삶의 터 닦음으로 알고 오랜시간 시의 내력을 단단히 다지며 살아온 시인이다”고 평했다.

 이봉명 시인은 무주 출생으로 ‘詩와意識’으로 등단했다. 무주작가회의, 전북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장애인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문집 ‘아직도 사랑은 가장 눈부신 것’, 시집 ‘꿀벌에 대한 명상’, ‘아주 오래된 내 마음속의 깨벌레’, ‘지상의 빈 의자’, ‘포내리 겨울’, ‘지상을 날아가는 소리’, ‘바람의 뿌리’, 산문집 ‘겨울엽서’ 등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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