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먹어야 하는 방학이 싫은 아이들, 급식카드는 창피해
혼밥 먹어야 하는 방학이 싫은 아이들, 급식카드는 창피해
  • 권순재 기자
  • 승인 2021.01.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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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6학년 준수(13·가명)군은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방학이면 캠핑, 여행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또레 친구들과 달리 준수는 밥도 혼자 먹어야 하는 탓에 방학이 싫다.

 급식이 중단되는 방학이면 준수는 아동급식카드를 챙겨 주로 편의점과 제과점, 분식집을 찾는다. 하루 최대 1만원 사용할 수 있는 아동급식카드만으로는 준수가 이용 가능한 식당이 극히 제한적이다.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기본 7천 원에서 8천 원가량 하는 바람에 하루 한 끼를 먹고 나면 잔액이 2-3천에 정도 밖에 남지 않는다.

방학 중 날마다 먹다시피 한 분식과 빵은 이제 준수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 됐다.

 혼자 밥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준수는 친구들과 어울려 중국집에도 가고 싶지만 짜장면 한 그릇, 탕수육 하나 시키는 게 꿈 같은 일이 됐다. 아동급식카드 사용한도액이 더 늘었으면 하는게 준수의 바람이다.

 준수는 또한 저소득층 아동에 지원되는 아동급식카드를 알아보는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도 걱정이다.

 혹여나 가난하다고 놀림을 당할까봐 친구들과 있을때는 아동급식카드를 꺼내는 것 조차 망설여지기 일쑤다.

 준수는 그래서 “여름과 겨울이면 반복되는 방학이 싫다”고 말한다.

 어린이의 복지와 건강을 지켜주기 위한 어린이헌장이 지난 1957년 제정된 지 64년이 지났지만 밥 먹는 문제를 걱정해야 할 급식우려 아동이 여전하다.

 12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역 내 결식우려 아동(만18세 이하)은 3300여 명이다. 시는 이들 아동에 자체사업인 ‘엄마의 밥상’과 ‘아동급식카드’를 지원하고 있다. 이 카드는 마트, 일반음식점, 편의점, 제과점 등 지역 내 가맹점 665개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거래 건수를 보면 마트에서의 이용이 전체 3만1728건 가운데 1만9068건(60%)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는 이달 중으로 아동, 보호자, 가맹점을 대상으로 아동급식카드 이용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내달 열릴 아동급식심의위원회에서 개선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는 위원회에서 개선안으로 한도액 증액이나 급식종류 및 가맹점 확대 등이 결정되면 적극 검토해 오는 3월부터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아동과 보호자, 가맹점으로부터 아동급식카드와 관련된 의견을 들어 아이들이 보다 영양가 높은 음식을 충분하게 먹을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면서 “단발성 제도 개선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사용현황 모니터링, 가맹점 발굴 등 아동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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