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달(1월)과 작심삼일(作心三日)
야누스의 달(1월)과 작심삼일(作心三日)
  • 장기요 NH농협은행 전북본부장
  • 승인 2021.01.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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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1월(January)은 ‘야누스의 달’이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처럼 지난해의 잘잘못을 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한 해를 시작한다는 뜻이 담겼다. 문제는 단단히 마음먹어도 며칠 못 가서 결심이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 결심한 일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의미로 매년 1월(January)이면 널리 회자하는 사자성어다. 보통 쉽게 포기하는 경우에 많이 사용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표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작심삼일(作心三日)’은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서애(西涯) 유성룡이 도제찰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각 고을에 발송할 공문이 있어 역리에게 주었다. 그런데 사흘 후 공문을 다시 고칠 일이 있어 회수하라고 했더니 역리는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다며 그대로 가지고 왔다. 유성룡이 아예 발송도 하지 않은 것에 크게 화를 내자, 그 역리는“속담에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란말이 있어 어차피 사흘 후에 다시 고칠 것을 예상하였기에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관성 없는 조선시대 공직사회의 업무 풍토를 비꼰 일화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새로운 일을 계획한다. 소소하게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금연, 운동, 독서를 비롯해 더 담대한 일을 결심한다. 물론 실패의 확률이 높다. 미국 스크랜튼대학교(University of Scranton)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의 결심이 성공할 확률은 8%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들의 4분의 1은 일주일 안에, 절반 정도는 한 달 안에 포기한다. 아쉽게도 새해 다짐과 계획을 1년 내내 유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손까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머리로 생각한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벌써 작심 한 달은커녕 작심삼일로 끝나 자신의 약한 의지와 나태함을 탓하며 후회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이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상식처럼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작심삼일(作心三日)을 실천해 왔기 때문일 수 있다.

 신축년(辛丑年) 새해도 벌써 10여일이 지났다. 아직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미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났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의 매력은 ‘또 다시’시작하는 데 있다. 그게 가장 큰 묘미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을 122번 하면 365일, 1년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을 부정이 아닌 긍정적의 의미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작심삼일(作心三日)은 ‘작심해서 삼일도 못간다’가 아니라 ‘작심하고 삼일만 견디면 이뤄낼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자. 광고이론 중‘3Hit이론(Three Hit Theory)’이 있다. 1972년 크루그만(Krugman)에 의해 정리된 광고의 반복이론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광고할 때 처음 1, 2회의 노출은 효과가 없지만 최소 3회 노출되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세 번 정도 반복해야 우리 뇌가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기억하거나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3번을 반복하고 3일만 견디면 되는 것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운동, 금연, 취미도 좋고 독서도 좋다. 무엇이든 시작하자. 시작이 반이다. 19세기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가던 이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라고 했다. 세상에 뱉어진 모든 말과 쓰인 모든 글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이 “~했더라면”이라는 말이 있다.

 새해 1월1일 아침에 주먹 불끈 쥐며 다짐했던 결심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다시 결심하자. 비록 중도에 좌절하더라도 목표를 세우고 행동에 옮겨보자. 3일마다 말이다.

 장기요 NH농협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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