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아동학대의 감시자가 되어야…
우리 모두가 아동학대의 감시자가 되어야…
  •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 승인 2021.01.0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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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아동학대와 관련된 수십여건의 법안이 제때 다뤄지지 못하고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만약 제때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면 지난해 입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필자만의 것일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2016년 5월~2020년 5월) 당시 발의된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은 총 41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 7건을 제외한 대부분 법안은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고 한다. 비단 아동학대법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관련 내용을 담은 수십여개의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임기 만료로 폐기되어 ‘정인이 사건’의 발단이 되지 않았냐는 비단 필자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 폐기된 법안의 내용을 보면 아동학대 범죄자의 형량을 상향한다는 내용,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자택에 즉각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으로 거의 매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그 안타까움은 배가 되고 있다.

옛날 서양의 일부 국가에서는 아기들이 온몸을 베 나부랭이로 친 친 동여매인 채 머리와 다리도 움직일 수 없게끔 반듯하게 고정된 채 자랐다. 어머니들이 가사를 하는 동안은 아기의 몸은 벽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있어야 했고 귀족이나 부자들은 아예 시골의 농가에 몇 년 동안 아이의 양육을 맡겨버렸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자유스럽게 자랐다. 젖 먹을 때는 엄마 품에서,일할 때는 엄마 등에서,잠잘 때는 엄마 팔베개에서 귀염을 받았다. 마을 들녘을 마음껏 뛰어놀고 가사도 돕고 학교와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공부도 하면서 평화스럽게 성장했다. 속박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 하지 않았다. 적어도 필자의 유소년기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약물중독 학대 성폭행 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부부사이가 나쁠수록, 부모 학력이, 경제력이 낮을수록, 그리고 결손가정일수록 어린이들은 더 고통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 만큼 지금의 환경은 어린이들이 차별 없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티 없이 성장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 양부모의 ‘정인이 동학대사건’도 현 우리나라의 어린이 보호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일 것이다. 상습적인 폭행, 보호기관 등의 무관심,허술한 제도 등으로 아동 인권이 철저히 유린된 사건이다. 적어도 아동복지법의 즉시 결리와 ,아동권리의 증진 등의 제도는 신속히 정비되고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한 갤럽의 연구조사 결과는 ‘내 아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는 그릇된 인식 탓이 크다.

그러나 이혼 별거 등 가정의 인위적 해체와 경제난,카드 빚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불안이 이를 부추긴다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순한 가정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즉 근본적인 사회문제의 반영인 것이다. 우리모두가 아동학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모원단장(母猿斷腸)’이란 사자성어는 중국 진(晉)나라 환온(桓溫)이 촉나라를 치려고 양자강 계곡을 배로 지날 때, 한 병사가 새끼원숭이를 사로 잡자 어미원숭이가 비통하게 울며 뒤쫓아와서 배 위로 뛰어올라 죽었는데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끊겨 있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즉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슬픔’을 나타내는 말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애타는 사랑을 여실히 표현하고 있다.

한낱 미물도 어머니의 마음은 매한가지인데 하물며 진짜 사람이라면 자식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이에 미치지 못할까? 그러나, 인간의 감성을 상실한 행태가 여기저기서 도출되고 있는 지금(정인이 사건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의 어린이들에 대한 근심과 걱정은 커져만 간다.

몇해 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표한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피해 아동의 나이는 만 4~6세가 133건(22.5%)으로 가장 많았으며, 만 1~3세는 97건(16.45%)이었다. 특히 어린이집 등에선 만 4~6세 아동이 109건(54.5%)였으며 만 1~3세가 83건(41.1%)으로 나타났다. 통계에서 보듯 보육시설과 양부모 등의 아동학대가 대부분이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을 학대, 감금, 유기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실제 처벌은 정말 어이없게도 가해자가 전과가 없을 때에는 집행유예 정도로 끝난 경우가 다수로 더 이상은 제2이 정인이가 없도록 국민 모두가 아동학대의 감시자가 되어주어야 하며 인성이 메말라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동학대 신고는 법에 규정된 신고의무자만이 아니라 올바른 인성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부여된 하나의 사명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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