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범죄인 아동학대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그로 인한 재판 과정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아동·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훈육과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관대한 면이 있고, 아동학대 사건을 피해 아동보다 가해자인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실형 선고 등 강도 높은 처벌 비율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6일 도내 법조계에 따르면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 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 중상해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징역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을 피해 아동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많다는 점이 징역형보다 집행유예 선고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법조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서 이덕춘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주 양육자인 부모의 경제적 요건과 함께 실형 이후 아동의 상황 등을 양형 요소로 감안하다 보니 비교적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주로 법정에는 학대 아동들이 출석하지 않다 보니 재판부가 자연스레 부모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할 우려가 있다”면서 “학대가 한번 발생한 가정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 피해 아동들의 상황을 한 번 더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주교대 사회교육과 천호성 교수는 “대상자가 누가 됐든 폭행이라는 행위에 대한 기준 자체는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면서 “다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가족 또는 부모에 의해서 벌어진 학대에 대해 굉장히 관대한 측면이 내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이어 “보통 자녀가 부모 밑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강조하고 있고, 판단을 하는 재판부에서도 이를 유하게 받아들여 대부분 형량이 완화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강력한 처벌이나 양형 기준을 정하는 것도 좋지만 사전에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부모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어른이 돼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부모로서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자녀를 올바르게 훈육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이 어렸을 적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직까지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쉼터와 상담사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면서 “쉼터도 임시보호소일 뿐 아이들은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내에 다시 가정으로 돌려 보내질 수밖에 없어 피해 아동을 장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공간 마련과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