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는 왜 죽었나?
정인이는 왜 죽었나?
  •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 승인 2021.01.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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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이는 왜 죽었나?” 새해 벽두인 지난 2일, 모 방송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영 제목이다. 방송은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가 입양 10개월여 만에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이유와 가슴 아픈 사연을 밝혀내고 있다. 정인이의 사인은 양모인 정씨의 학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났다. 방송 후 여기저기에서 국민의 슬픔과 분노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이런 사건을 마주할 때면 참담하며 또 어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방송에 따르면 양부모는 정인양이 “소파에서 놀다 떨어졌다”며 사고사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정인양을 집 또는 자동차 안에 혼자 두는 등 유기 방임하고 지난해 6월부터는 상습적인 폭행을 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인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와 진료했던 소아과 의사 등이 지난해 5월부터 아동학대를 의심해 3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는 것도 밝혀졌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어찌 이렇게 허술하단 말인가?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를 진찰한 의사가 한 번도 아니고 3번씩이나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인양을 구해내지 못했다. 참 아쉽고 또 아쉽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동안 약 3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14년에 1만 2천여 건이던 것이 2019년에는 3만8천여 건으로 급증했다. 급기야 최근 6년 동안 175명의 아동이 어른들의 학대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결혼 전에 부모교육이라도 시켜야 한단 말인가? 이러다가는 앞으로 혼인신고 조건으로 “부모교육 이수증 제출”을 법제화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법과 제도, 감시체계와 대응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아동학대와 참담한 비극을 막지 못했는지 이번 기회에 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인이의 죽음을 계기로 아동학대 방지체계에 대한 표준을 만들고,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심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신고 시보다 적극적?선제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조치가 이뤄져야만 정인이 같이 학대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아동학대에 대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아동학대에 대한 형량을 지금의 2배로 높이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일이다.

 이번 일을 접하면서 필자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그 어떤 것보다 성숙한 민주시민을 키우는 것이 지금의 교육에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적어도 성숙한 민주시민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타인의 어려움, 아픔이나 슬픔 등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공감능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어려움에 처하면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둘째, 부당한 억압이나 폭력에 저항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부당한 지시나 억압, 각종 폭력과 마주하였을 때 지체 없이 신고하거나 저항할 수 있도록 교육의 과정에서 가르치고 저항의 힘을 길러야 한다.

 셋째, 주변의 잘못된 일들에 대해 분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 사건에 한정해 볼 때, 학대한 양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담당경찰관에게 단지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정인이의 상황에 대해 성숙한 시민으로서 공감하며 분노하는 맘이 있었더라면 어린이집 교사와 담당의사가 3번씩이나 신고한 것에 대해 그냥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 어른들이 달라져야 할 때다. 정인아 미안해!

 천호성<전주교대 교수/전북미래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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