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김무길 명인편 채록
전북도립국악원, 김무길 명인편 채록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1.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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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거문고의 계승발전과 후학양성에 힘써

 “나는 여태까지 악기를 연주하면서 신쾌동 선생님이나 한갑득 선생님을 상당히 기인으로 생각해. 두 선생님이 가락을 만들 때의 고충을 생각해 볼 때 얼마나 고충이 있었을 것인가 생각해. 그리고 많은 고생을 하면서 만들어 놓은 가락을 내 맘대로 뜯어고치고 싶지는 않아. 다만 성음의 변화는 자기가 감정을 집어 넣는 것이기 때문에 두 분의 가락을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탈 수는 없지.”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 제29권 - 거문고 명인 김무길편」

 거문고 명인 김무길, 그는 거문고 산조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한갑득과 신쾌동으로부터 예능을 학습했다. 신쾌동으로부터 터치가 강하고 선이 굵은 연주기법을 배웠고, 한갑득으로부터는 섬세하고 유연한 연주기법을 학습함으로써 거문고 연주의 역동성과 유연함을 동시에 습득했다.

 그런 그가 정립하려는 김무길류 거문고산조는 스승이 만든 가락을 바탕으로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새롭게 자신만의 가락을 만드는 것이다. 즉흥적으로 연주해 놓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그가 생각해 놓은 가락을 녹음해 두면 제자가 받아서 악보를 정리하고 있다. 엇머리도 넣고, 동살풀이 장단도 넣는 등 김무길 명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락을 위주로 거문고산조를 정립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염기남)이 펴낸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 제29권 ‘거문고 명인 김무길’ 편을 펼쳐보니 한 예인이 성장해온 삶, 그 속의 내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전통예술의 맥을 계승한 전라북도에서 전통예인들이 살아온 삶의 자취들을 더듬어 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할 터.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 사업은 2011년부터 전북도가 지정한 예능보유자를 대상으로 전통예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국악 발전을 위해 추진, 현재까지 총 29권이 발간됐다.

 지난해에는 거문고의 계승발전과 후학양성에 힘쓴 김무길의 삶과 예술에 관해 모두 8회에 걸쳐 현장 출장 및 대담조사를 통해 채록했다.

 김무길 명인의 말투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낸 책에는 창의력의 돋보이는 예인 그대로의 모습이 거침없이 담겨있다. 책은 제1장 김무길의 삶, 제2장 김무길의 예술, 제3장 일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일화 편에서는 국악인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어 재미있다.

 김무길 명인은 통일신라 거문고의 대가 옥보고의 초절한 예술혼을 잇기 위해 옥보고가 입산했다고 알려진 지리산 운봉 지역에 ‘운상원 소리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전북 운봉은 또한 판소리 흥부가의 배경이며, 판소리 동편제의 비조로 알려진 가왕 송흥록이 기거하며 수련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평소 관찰력과 연구심이 남다른 김무길 명인은 오래전부터 거문고를 발등 위에 올려놓고 연주하면 무릎이 눌려 아파서 공연에 지장이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받침대를 착안했고, 악기장에게 만들도록 부탁해 무대에 활용했다. 산조를 탈 때 괘의 폭이 좁아 2괘에서 밀 때 걸리는 수가 많아 제대로 표현하는데 지장이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악기장에게 넓혀달라고 함으로써, 현재 거문고 괘의 길이의 틀을 현재와 같이 넓혔고 이것이 보편화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는 설명도 눈길을 끈다.

 김정태 채록연구자는 “김무길 선생님은 매회 만날 때마다 당신의 살아온 삶과 국악인들의 여러 이야기를 재미있고 논리정연하고 풍성하게 풀어주셨다”며 “김무길 선생님의 부친은 국극단장을 하시고 국악인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국악인들에 관한 여러 일화들을 구술자에게 많이 이야기해 주셨다 한다. 다만, 구술자와의 제한된 만남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다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했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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