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작가의 첫 소설 ‘아버지의 첫 노래’
이강원 작가의 첫 소설 ‘아버지의 첫 노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2.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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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첫 노래(도서출판 바람꽃·1만4,000원)’는 우리에게도 상여소리 말고 다른 음악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 죽음을 보살피고 애도하는 그 바라지 가락이야말로 존재의 시원으로부터 발아되어 그 시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명의 리듬에 걸맞은 소리였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이강원 작가는 소설의 첫 머리에서 독자들을 백제금동대향로 앞으로 안내하는데, 그 향로에서 다섯 명의 악사도 그런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을까, 혹시 ‘정읍사’도 그런 경우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정읍사’의 관악부가 지금까지 전래된 ‘수제천’으로 이어지고, 현악부가 바라지 가락으로 갈라져 나왔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주인공 이선재를 통해 그 바라지 가락을 탐문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죽음을 보살피는 바라지 가락은 ‘아버지의 노래’로 불린다. 주인공 선재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조부의 아버지, 증조부의 아버지……. 그렇게 시원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윗대부터 있어 왔던 가락으로 얘기되는 것이다.

 주인공 선재는 남다르게 토박이말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그려진다. 너무나도 쉽게 쓰이는 요즘 소설의 창작 환경을 돌아볼 때 작가의 언어탐구에서 소중한 미덕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이강원 작가는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지금은 백제의 고도 부여에 살고 있다. 원광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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