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한 해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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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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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올 한해도 내일이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과거로 묻히고 만다.

▼ 하지만 여느 때처럼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보다는 어찌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자년. 인류에게 고통을 안겨준 경자년이 아닌가 싶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섣달그믐에는 수세(守歲)라 하여 망년회니 하면서 흥청대는 것과는 달리 경건하게 한 해를 보내는 세시풍속이었다,

▼ 섣달 스무나흗날부터 제야(際夜)까지 지나온 나날들을 돌아보며 근신하고 경건하게 한 해를 보내는 전통이었다. 부엌 귀신인 조왕신이 한 해 동안 집안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승천하여 옥황상제께 죄상을 일일이 보고한 후 그믐날 돌아온다고 믿고 1년 동안 행동에 대해 심판을 받는다고 하여 경건하게 조왕신을 기다리는 성스러운 밤이었다.

▼ 이날 밤 천상에서 내려오는 조왕신을 맞고자 집 안팎은 물론 마구간·측간 등 구석구석 불 밝히고 경건하게 수세를 했다. 이런 세시풍속을 조허모(照虛耗)라 했다. 유럽에서도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이듬해 1월6일까지 12개의 촛불을 켜놓고 하룻밤에 촛불 하나씩 꺼나가며 신에게 한가지씩 참회하는 습속이 있는데 이를 십이야(十二夜)라 한다. 망년회(忘年會)라 하여 음주 가무로 흥청대는 세시 민속은 일본 풍습이다.

▼ 한해의 노고를 잊는다는 뜻의 망년으로 섣달그믐에 친지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흥청대는 일본의 망년 풍속은 1,400여 년 전부터 이어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흥청대던 망년병은 우리 전통에 없는 남의 나라 것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 송년 모임 등이 조촐해지게 됐다. 바람직한 송년 추세다. 이 기회에 우리 혼(魂)이 숨 쉬는 수세 풍속을 되찾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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