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17) 숫가락과 숟가락
[바른 우리말 산책] (17) 숫가락과 숟가락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12.28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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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거리가 짧은 운반도구인 젓가락은 동양의 15억 인구가 사용한다. 젓가락을 쓸 때는 손바닥, 손목, 팔굽 등 30여개의 관절과 50여개 근육이 움직이지만 포크는 운동량이 그 절반밖에 안 된다. 그래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민족의 손 근육이 유난히 발달할 수밖에 없고, 뇌 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머리도 좋아지게 되었다는 말도 있다.

  젓가락의 참된 의미는 한 쌍이 있어야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젓가락이 한 쪽만 남으면 젓가락의 가치가 없다. 젓가락의 참된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숟가락을 앞세워 ‘수저(匙箸)’라고 하는데 중국은 젓가락을 앞세워 ‘쩌쉬(箸匙)’라고 한다. 식사를 할 때도 식탁에 반드시 있어야하는 것이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그런데 일본은 젓가락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물 위주의 식사이기 때문에 숟가락이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음식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가 국(탕)문화다. 우리는 국에다 밥을 말아서 먹지만 중국과 일본은 밥에 국을 부어서 먹는다. 우리는 국을 주식으로 하는데 중국과 일본은 반찬 중 하나다. 우리가 숟가락 위주로 식사를 하는데 비해 중국과 일본은 젓가락을 사용할 뿐 숟가락은 국을 먹을 때만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숟가락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도구만이 아니다. 숟가락은 생명을 상징하여 죽음을 표현할 때 “밥 숟가락을 놓았다”고 한다. 결혼할 때 신부는 반드시 신랑의 수저를 장만해 갔고. 집안 어른께는 은수저를 선물해 드리는 것이 큰 효도였다. 우리 조상들은 숟가락을 생명, 건강, 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군에서 처음 훈련받을 때 다른 건 다 잃어버려도 숟가락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호령하던 조교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사람들은 숟가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데 이것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숟가락을 한번쯤 다시 주의 깊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저’는 보통 ‘숟가락과 젓가락’을 아울러 가리키는 말이다. 즉,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꺼번에 말할 때 쓰고 간혹 숟가락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한다.

  그런데 ‘젓가락’에는 ‘ㅅ’이 들어가나 ‘숟가락’에는 ‘ㄷ’받침이 사용되기 때문에 주의해서 써야 한다. 젓가락은 ‘저+가락’으로 ‘젓가락’이 되었다. 그러나 숟가락의 ‘수+가락’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숟가락은 ‘술(밥 한 술)+가락’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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