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독한 정치
코로나보다 독한 정치
  •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 승인 2020.12.23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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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정국 만 1년, 한해가 저문다.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의 경우 백신 접종이 가능한 내년 상반기까지 코로나 확산 추세를 어떻게 감당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차가운 바람에 꽁꽁 언 손을 비비며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마음 같아서는 털장갑이라도 끼워주고 싶다. 최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들의 손을 녹여줄 따뜻한 의료용 장갑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내년에도 상당기간 지속할 것을 대비해서 의료진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대책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21대 총선이 치러졌다. 21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국민이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1년간 뉴스를 장식한 것은 코로나 다음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추-윤 논란, 검찰 개혁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국민은 각종 모임을 자제하고 부모와 형제를 만나는 것조차 경계하며 살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정치권은 에너지를 그들의 권력을 지키는데 쓰고 있다. 윤 총장이 정치 행보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상관없이 그들 권력싸움의 일부라는 점에서 똑같다.

 21대 총선은 촛불 정권의 탄생 이후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국민적 열망이 담겨진 선거였지만 위장 선거로 얼룩졌다. 그 결과로 국회는 거대 양당체제와 적대적 공생관계로 회귀했다. 정치적 다양성이 실종되었다. 화합은 정치적 구호나 관념이 아니다. 코로나 19사태처럼, 국민적·국가적 위기에 정치가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예의이고 최소한의 염치이다.

  선거 전부터 ‘적폐청산’이라는 칼을 꺼내 들고 위장정당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정치적 다양성을 만들어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고, 표의 등가성 즉 얻은 표를 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연동형비례제’는 거대 양당의 꼼수에 무너졌다. 지금 거대 양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가 없다. ‘배신’과 ‘퇴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양쪽 진영이 더욱 견고해 졌고, 무릇 지지층을 겨냥한 성벽은 더 높이 쌓이게 마련이다.

 거대양당 정치의 폐해는 코로나보다 독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인간의 탐욕과 교만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말을 하지만 거대양당 정치는 아군과 적군만 있을 뿐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최대 경계해야 할 시장질서는 독점과 과점이다. 공정거래법은 하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와 세 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독과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시장점유율 50%~75%는 엄청난 것이다. 하물며 하나의 정당 의석이 60%이고 두 개 정당의 의석의 합이 94%이라면 정치적 공정거래를 위반해도 한참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정치는 예외 대상이다.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1년 후 대통령선거가 있다. 대립은 더욱 격해질 것이다.

 한마디 더,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이유로 부채 발행을 꺼리는 등 보수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중환자실에 가족이 있다면 돈을 빌려서라도 사람부터 살리고 볼 일이다. 지금 코로나가 그렇다. 정치권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 증세를 조건부로 합의하고 과감한 재정 투여를 해서 국민부터 구해야 한다. 이런 것이 정치적 화합 아닐까?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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