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교육주체에게 돌려줘야
교육과정, 교육주체에게 돌려줘야
  •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 승인 2020.12.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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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교육현장의 담론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래의 삶을 꾸려갈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이다. 더욱 아이들 미래의 삶이 현실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할 때다.

 교육부의 ‘2015 개정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2015 개정교육과정’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거나, 미래교육의 지향점까지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인공지능(AI) 교육, 비대면 수업에 필요한 자기주도 학습능력, 디지털시대에 강조돼야 할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2022 개정교육과정’의 과제로 미뤘기 때문이다. 언제나 교육부는 학교현장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시대변화에 뒤처지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현장에서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주체로서 새롭게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럼 학교는 교육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가?

 국가교육과정에 의존하여 교과서를 학교 공부의 전부로 생각하는 이전의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교육과정, 교사교육과정, 마을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배움과 성장의 그림을 그리며 시대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호 존중의 관계 형성을 통해 학생들이 함께 교육과정 설계와 실행의 참여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학교단위의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만들 때, 교사들의 협력과 집단지성을 통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교과통합 수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의미 있는 교육과정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하며 학생들의 특성이나 흥미, 관심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교육과정 재구성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현장체험 학습에서 학생들이 교과와 연계하여 장소를 선택하고, 모둠별로 탐구주제를 정하여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학습발표회, 학교축제, 체육대회 등과 같은 교육활동도 학생들이 함께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평가회까지 동참하고 있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학교에서 학교 교육활동이 취소되거나 소규모로 이루어졌다. 앞으로는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하여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온라인 축제, 온라인 현장 체험학습, e-스포츠 등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활동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학교 교육과정이 무리 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생활과 밀접한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한 예가 마을교육과정 개발이다. 마을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마을과 지역의 이야기를 조사하여 마을 스토리북을 만들거나, 마을에 있는 상점을 대상으로 물건의 유통과정과 그것이 마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학습할 수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농사체험활동을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지은 농산물을 급식시간에 제공하기도 하고, 기술가정 시간의 음식 만들기 실습을 통해 삶과 연계된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김장을 담가 인근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며 지역과 뜻깊은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학생들이 교육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교육과정을 만드는데 교육주체들의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며, 학생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거석<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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