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역사적으로나 우리 삶의 현장에서 너무도 많은 생명파괴와 인권유린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생각하면 바로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된다.
유전자변형 식품임을 알면서도 장바구니에 선뜻 담을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슈퍼에 진열된 식용유, 과자, 음료수 등 GMO 추출물이 포함되지 않은 가공식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적 자랑거리인 된장, 간장 등 발효식품이 유전자변형 콩으로 만들어진다면 여전히 온 세계에 내세울 수 있을까?
우리는 ‘차코의 눈물’에 대해 알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유전자변형 콩을 재배하면서 제초제 사용량이 1996년 2만톤에서 2008년 23만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차코지역 주민들에게 암, 불임, 기형아출산 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밀의 수확을 앞당기기 위해 제초제를 살포한다. 제초제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의 잔류허용기준이 우리나라에서 쌀의 경우 0.05ppm인데 비해 수입 밀은 5ppm으로 100배의 차이가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WHO 규정 2A등급의 발암물질이다.
우리나라의 유전자변형농산물 수입규모는 2019년 1,164만톤이고, 이 중 식용이 214만톤으로 단연 세계 1위이다. 우리 국민은 어떤 형태로든 1년에 214만톤 1인당 41kg의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섭취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하여 대량의 수입 GMO 가공식품과 식품첨가물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 청년들의 정자 수가 대폭 감소하고, 불임여성은 해마다 크게 늘어난다. 암, 당뇨병, 희귀병, 아토피, 청소년 성인병 등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제 먹거리는 국민건강뿐만 아니라 민족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들은 장구한 세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 왔다. 동식물의 특정 유전자를 갑자기 조작할 경우 생태계 교란은 필연적이다. 더욱이 유전자변형 작물을 재배하면서 농토는 황폐화되고 생산량은 점차 감소한다.
동의보감의 허준은 ‘약식동원’이라 하여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청소년에게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면 시나브로 증상이 해소된다고 한다.
우리는 건강먹거리를 자신과 2세에게 제공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알권리를 부정당하고, 선택을 강요받을 뿐이다. 이제 단호하게 유기농 먹거리로 바꿔야 한다. 정부당국만 믿을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농업인의 절박한 각성이 앞서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은 나를 살리고 우리 민족을 살리는 일이다. 유기농법은 농토와 주변의 모든 동식물과 미생물까지 살리는 생태계 복원의 길이다. 한민족의 생존과 미래를 지켜내는 일이다.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좌우하는 먹거리를 ‘시장’에만 맡겨도 될까? 시장은 ‘때깔’ 좋은 농산물을 ‘최저’ 가격으로 거래한다. 유기농산물은 높은 값 때문에 소비자가 외면하고, 때깔이 좋지 않아 시장에서 저평가된다.
먹거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 방법의 하나가 ‘계약재배’이다. 1년 식단을 미리 정할 수 있다면 지역 영농협동조합 등과 계약재배가 가능하다. 학교 등 식단 계획이 가능한 단체급식에서 우선 실행해야 한다. 계약재배는 농업인들에게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라나는 우리 2세들이 Non-GMO, 유기농, 발효식품, 동물복지 기준의 육류 등 건강한 먹거리와 식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질병 없는 건강한 전북의 미래가 보장된다. 이것이 곧 전북이 건강먹거리 혁명과 농업혁명을 선도해 나가야 할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