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노·소가 함께 사는 조화로운 삶
효, 노·소가 함께 사는 조화로운 삶
  • 국방호 전주대 객원교수·(사)전북노인복지효문화연구원 이사
  • 승인 2020.12.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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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입구에서 어린이의 손을 잡고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자주 본다. 행여 놓치면 다칠세라 꼭 잡은 손이 정겹다. 잠시 후 어린이집 차가 도착하니 배꼽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는 아이에게 “기다릴게, 잘 다녀와!” 하신다. 그 말씀에서 오후에도 버스에서 내리는 어린이를 꼭 안아주시는 모습이 그려진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요즈음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맞벌이 시대가 되면서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이 어른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자식을 키울 때 못해준 것이 손주를 보면서 새록새록 생각이 나요.” 또래의 친구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러나 자식이 예쁘고 손주들이 귀여운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노·소가 동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진데 이런 어울림이 낯설게 보인다면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게 아닐까?

  지난 11월 13일과 12월 2일은 전주시 의회실이 뜨거웠다. “효 문화도시 전라북도, 전주시, 그 명성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와 ‘전주시 효문화 확산 및 사업실행 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 두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사단법인 전북노인복지 효 문화원(총재 소순갑)과 전주시의회에서 주관한 두 차례의 행사는 전통문화의 고장에서 효 문화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에 대한 토론의 장이었다. 효 문화의 정책을 수립하고 전파에 주된 역할은 한 인천 성산효문화대학원대학교와 대전 효문화진흥원의 교수가 발제를 하고 도와 시를 대표해서 국장과 시의원, 전북효문화원 전담교수가 토론을 진행했다.

  전라북도 하면 흔히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가장 한국적인 고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어쩌면 농경문화시대부터 먹을거리가 풍족하여 음식이 발달하고 이를 즐기다보니 문예와 소리는 물론 예(禮)까지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물질만능사회로 전환되면서 전통문화가 퇴색하고 어른공경마저도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100세 시대라고 불리듯이 우리사회가 고령화됨으로써 어느 순간부터 노인들이 소외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근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노인들의 설 땅은 더욱 좁아졌다.

  10여 년 전부터 우리고장의 효행을 발굴하고 교육을 주도해온 전북효문화원이 올 한 해 주관한 행사만 해도 적지 않았다. 진안, 임실, 정읍, 익산, 전주에서 효 문화 확산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실시했고 가정과 사회에서 효를 지도하면서 효행의 모범이 될 50여명의 효지도사를 전주, 완주, 임실에서 100시간의 연수를 통해 양성하였다. 또한 전북의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효행수기를 모집하여 시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의 인식이 필요하며 숙원사업인 효문화회관의 건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효는 인간윤리의 근본이고 국가존립의 근간이라 교육과정을 통해 지도할 수 있도록 이미 국회에서 2008년 8월 4일부로 효행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효 교육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밀려 가정은 학교로, 학교는 사회와 가정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효의 교육과정 중에 강조되는 3通 즉, 통교(通敎), 통시(通時), 통념(通念)처럼 종교와 시대 이념을 초월해서 효는 강조되고 있으며 하늘을 경외하고 땅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을 본으로 삼는다.

  우리는 흔히 효를 생각하면 단순히 노인을 공경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효의 교육과정에서는 효를 HYO(Harmony of Young and Old)로 나타내며 노·소간의 조화로운 삶을 강조한다. 효(孝: 젊은이가 노인을 업은 모양)의 고전적 의미보다 앞에서 언급한 노인과 어린이가 손을 잡고 동행하는 삶이다. 효를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보며 노소가 서로 소통하며 각자의 장점을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공존의 삶이다.

  “효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효운동의 구호이다. 효 운동은 인간의 근본인 부모의 은덕을 인식하고 부모에게 공경하며 자식을 사랑하는 인간 본연의 윤리이다. 따라서 가정이 바로서야 사회가 바르게 성장하고 국가도 발전한다는 논리다. 효운동을 통해서 국가가 처한 청소년의 인성을 함양하고 고령화를 대비함으로써 전 세계에 K-한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국방호(전주대 객원교수·(사)전북노인복지효문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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