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윤 국기원장 직무대행 “무주 태권도원에 국기원 중심의 태권도대학 설치”
지병윤 국기원장 직무대행 “무주 태권도원에 국기원 중심의 태권도대학 설치”
  • 청와대=이태영 기자
  • 승인 2020.12.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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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의 무주 이전과 태권도진흥재단간 역할 분담 등 큰 틀 다시 짜야 "
낙후된 국기원 시설 리모델링 등 시급...단증·불법심사 등 관련규정 정비 ‘개혁’ 박차
지병윤 국기원장
지병윤 국기원장

 “전북 무주군에 있는 태권도원에 국기원 중심의 태권도 대학 설치와 국가대표 훈련장 형태로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최영열 전임 국기원 원장의 사임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9월2일 직무대행으로 선출된 지병윤(63) 국기원 원장 직무대행이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제안한 무주태권도원의 발전방안이 최근 무주군이 태권도원에 ‘국제 태권도사관학교’ 설립을 위해 ‘국민 100만인 서명운동’ 전개와 일맥상통하는 제안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2014년 개원한 무주 태권도원은 태권도 종주국의 자긍심을 담은 태권도 전문공간이다. 전 세계에서 입학생을 모집하고 졸업생에게 태권도 사범 자격을 부여해 태권도를 보급하는 역할을 하는 ‘글로벌 태권도 인재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

 그러나 사범 자격증 부여는 국기원만의 고유 권한이어서 향후 논란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 원장 직무대행은 “태권도원이 하드웨어라면, 국기원은 태권도의 소프트웨어다”며 “국기원은 곧 태권도 발전의 역사며, 현재도 세계 태권도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기원은 태권도 승품·승단과 교육사업·국제교류 사업 등 태권도 관련 핵심 사업들을 담당하고 있다. 수많은 국내외 태권도 승품-승단예정자들이 매년 국기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지 원장 직무대행은 “국기원을 태권도원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우선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국기원 자체가 태권도원을 운영하는 태권도진흥재단과 함께 문화관광부 산하 독립된 특수법인이라는 것. 국기원의 역사가 깊고, 진흥재단 못지않은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더욱이 그는 “무주 태권도원의 주변 인프라 시설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고 지적한다.

 지 원장 직무대행은 “태권도진흥재단과 국기원의 사업 내용이 상당 부분 중복되고 있어 자칫 영역 다툼의 우려도 있다”며 “국기원의 무주 이전과 태권도진흥재단간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는 등의 큰 틀을 다시 짜야한다”고 지적했다.

 대다수의 태권도인들은 ‘국기원의 태권도원으로의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국기원과 태권도원이 양분된 상황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무주 태권도원 입장에서는 국기원을 품지 않고서는 온전한 성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지 원장 직무대행은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에 맞지 않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추락한 국기원의 위상과 관련해서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쓴 소리도 쏟아냈다.

 우선 세계 1천100만여 명의 유품·단자를 배출한 태권도 본산인 ‘국기원’과 세계 200여 개의 회원국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태권도연맹’ 본부가 지금껏 임차 형태로 세(貰)들어 살아 온 일면 등을 개탄하며 보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그는 “건립된 지 46년 된 국기원 부지와 건물을 애초에 저렴하게 매입하지 못한 선배 태권도인들의 역사로 인해 현재도 국기원과 연맹 본부는 매년 막대한 임대비를 부담하거나 떠돌아 다니는 등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부끄러운 자화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려했다.

 특히 태권도가 현재 세계화되었으나 점점 약화되는 국가브랜드 태권도의 자긍심인 국기원의 위상 강화를 위해 재건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소림사, 일본의 국기관, 북한의 태권도전당 등 아시아 4대 무예 전용시설과 비교했을 때 국기원 시설이 가장 낙후돼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계획도 수립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 장소에서 재건축·확장하며 홍보와 전통을 이어가는 북한의 ‘태권도전당(한국의 국기원)’과 비교해도 부끄러운 현실이다”고 밝혔다.

 북한 최초의 태권도 전용 체육관인 태권도전당은 평양 만경대구역에 자리 잡고 있는 실내 체육관이며 부지 면적 약 6만m², 연면적 약 1만8천m²에 달한다.

 그는 “2천300석의 관람석을 갖추고 있는 비교적 소규모 시설로, 부대시설로 크고 작은 훈련실 아홉 곳과 휴게실, 수영장, 사우나, 샤워장, 선수단 전용 선수촌 등의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센터도 구비하고 있다”면서 “여러모로 북한 판 국기원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핵심은 우리 국기원은 전반적으로 더 열악하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기원이 당장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도 언급했다.

 우선 “흉물스럽게 방치된 문 닫은 원내 식당을 선수들의 휴게소로 전환하는 등 낙후된 시설 개보수를 포함, 임직원들과 협의해가면서 국기원 안정화를 최우선에 두고 맡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매년 불거지는 태권도 단증 발급의 비리 문제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며 관련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라며 각오도 단단하다.

 그는 “부정과 비리에 얼룩진 작금의 태권도계의 단증 비리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에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단증 비리와 연루된 자는 국기원 임원 자격을 박탈하는 개혁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대대적인 개혁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국기원장 직무대행으로 원장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는 그의 ‘개혁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태권도 9단인 지병윤 원장 직무대행은 체육학 박사로, 한국대학태권도연맹 사무차장과 사무국장, 국기원 기술심의회 부의장 등을 지낸 뒤 현재 대학에서 경찰학부 교수로 후학양성에도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진정한 태권도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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