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열정으로 아름다운 선율 선사하는 피아니스트 이봉기
끊임없는 열정으로 아름다운 선율 선사하는 피아니스트 이봉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2.09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아노와 60여 년이 넘는 시간을 온전히 함께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음악에 쏟아온 시간과 열정을 모두 보여 드리고 싶고, 그렇기에 항상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독주회를 할 때마다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음이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쁘다.” 평생 피아노를 공부하면서 살아온 이봉기 피아니스트. 그에게 피아노란 자신의 삶 전부다. 아직도 끝없는 열정으로 수많은 무대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전하려는 그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편집자주>

 ▲수많은 세계 무대보다 국내 무대가 소중했던 피아니스트

 국내 무대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무대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대중을 사로잡은 이봉기 피아니스트. 그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세계 투어 피아노 독주회로 파리·런던·부르셀·모스크바·뉴욕·볼티모어·텍사스 등에서 성공적인 연주를 가졌다. 2019년에는 전북도민일보 주최로 한국 최초 50개 도시 순회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양음악의 본 고장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았던 그는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에 있어서나, 피아니스트로서의 접근도 상당히 쉬웠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수많은 세계무대에서 공연을 올렸지만,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꼽았다.

 “지난해 한국 최초로 50개 도시 순회 독주회를 가졌습니다.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가운데 몸은 힘들었을지 모르나 수많은 관객들과의 만남에 있어서는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도 그 기운을 받아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군산에서 예정됐던 독주회가 처음으로 취소·연기되면서 아쉬움이 컸다고.

 그는 “처음으로 독주회가 취소돼 아쉬운 마음은 크지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다”며 “올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국제 피아노 콩쿨 심사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유럽 주요 도시 순회 독주회를 계획 중에 있고, 새만금 국제 피아노 음악제· 내장산 국제 음악제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초청해 함께 공연하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의 특별한 여행길,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봉기 피아니스트에게 음악은 직업이자 취미다. 음악말고는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유로 지인들은 그를 재미없어한다. 좋은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하며 여행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그다. 1년에 5회 이상 국적불문하고 뜻을 같이하는 음악가들을 직접 초청해 연주회를 갖는 일을 즐긴다.

그런 그가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새만금 국제 피아노 캠프와 연주회를 추진하는 등 국내에서 교류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새만금 국제 피아노 음악제를 10월 중순에, 10월 말경에는 새만금 음악 경연대회를, 11월에는 유럽연주를 했다.

 특별하게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고 즉흥적으로 현지를 경험하는 일을 즐기는 편이라 가능했던 시도들이다. 오래전 러시아 8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연주회를 펼치는 동안 하바로스크에 있는 다나목 호수와 모스크바의 레닌언덕과 붉은광장, 쌍테스패테르스브르그성 등을 둘러보여 그 감흥을 연주에 담아냈었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경험한 기억들을 세계의 피아니스트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는 국내 20개 도시 독주회도 꾸미기도 했다. 모든 것들이 그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기쁘게 준비하고 진행한다.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틈틈이 피아노 캠프나 특강을 통해 청소년들을 가끔 만나는데 사실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이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겁다”고 했다.

 이러한 여정 속에서 만난 한국 청소년들의 피아노 실력은 놀라울 정도라는게 그의 판단이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비 피아니스트들은 테크닉은 물론 음악성도 뛰어나 특별히 어느 한 곳 지적하기가 어렵다는 것. 오랜 경력의 그는 학생들을 보면서 전반적인 흐름과 해석만 조언하는 정도에 만족한다. 국내외에서 콩쿠르 심사를 해보면 우리나라 학생들 연주수준이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되어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의 벗, 피아니스트 폴리안스키도 한국에서 음악춘추 콩쿠르 심사를 마치고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적 음악 경연에서 한국 음악도들이 왜 많이들 상위 입상하는지를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전한다.

 

 ▲피아노는 나의 신앙 행복한 음악전도사 소망

이봉기 피아니스트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여섯살 아이는 난생 처음 들었던 피아노 소리가 너무 신기하고 좋아 수차례 떼쓴 끝에 겨우 승낙을 받아 피아노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를 돌이켜보니 여러 가지로 참 힘들 상황이었을 텐데 철부지 어린 자식의 고집을 끝까지 꺾지 않고 힘껏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함의 마음이 크다.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어느덧 고희(古稀)를 맞았다. 그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인 김형석 교수가 인생의 아름다운 나이가 60세에서 75세까지”라는 얘기를 어느 TV인터뷰에서 보았다”며 “나 또한 이제야 조금 음악을 알겠다. 앞으로 언제까지일지는 기약할 수 없으나 숨 쉬는 동안은 피아노를 신앙처럼 여기며 행복한 음악 전도사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원한다”고 했다.  

 자신의 음악 여정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서울음악대상 및 빛나는 익산시민 대상을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연주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돌이켜 생각해봐도 감사한 일이다.

 따로 준비해 놓은 계획은 없지만, 평생 피아노와 함께하는 것. 그저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피아니스트의 계획이다. 살면서 뜻밖의 변수와 복병으로 계획과 목표가 송두리째 흔들렸던 경우를 많이 경험도 많았지만, 이제는 대안 모색 없이 허둥대기만 했던 젊었을 때와는 다르다. 물론 지금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세부적인 계획에 의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물 흐르는 대로 순리대로 천천히, 항상 피아노와 함께 걸을 생각이다.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전북 군산 출신인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유명 대학에 진학하려 준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방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원은 故 권기택 교수가 있었던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권기택 교수의 충고와 격려로 희망했던 독일 쾰른국립음대에 진학, 음악공부를 계속 이어갔다. 몇 년 뒤 유학을 마치고 30세 이른 나이에 전남대학교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교수가 됐다. 전남대 부교수와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했으며, 한국 최초로 독일 정부 학술교류처 장학금(D.A.A.D)을 받고 도르트문트 국립음악대 교환교수로 재직했다. 세계 유명도시 여러 곳에서 다수의 연주회와 오케스트라 협연을 했다. 국내에서는 ‘내장산 국제음악제’와 ‘새만금국제페스티벌’ 등을 기획하며 서양음악의 불모지인 전라북도에서 클래식음악 보급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