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선미촌 점진적 개량방식 전국 최초 도시재생 성공모델
전주 선미촌 점진적 개량방식 전국 최초 도시재생 성공모델
  • 엄수원 전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승인 2020.12.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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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여름의 어느 날, 필자는 선미촌의 음습한 골목길을 거닐고 있었다. 선미촌 안쪽의 주거지가 있는 골목길은 대낮에도 을씨년스럽고 어두운 느낌이 들던 곳이었다. 제자들 몇 명을 데리고 선미촌 구역의 토지이용현황 및 실태조사를 하고 있었다. 선미촌 기능전환을 위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었고 필자는 연구책임자로서 계획을 총괄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유리방 형태의 성매매업소는 성업 중이었고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었다. 바로 인근 200m 거리에는 지역 명문고인 전주고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구도심의 서노송동 주거지역과 연접해 있어서 정비의 필요성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성매매업은 업주, 토지주, 건물주, 성매매업 종업원 등 다양한 주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이다. 이들의 민원과 반대에 부딪혀 정비계획 자체가 단지 페이퍼플랜(paper plan)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수립해야겠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대안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구상하기를 반복하였다.

계획수립 당시 유사사례를 조사해보니 춘천시의 난초촌, 창원시의 서성동 일원, 수원시의 수원역 일원, 대전광역시의 텍사스촌 등 많은 지역들이 비슷하게 정비계획 혹은 기능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기능전환 혹은 이용방안에 대한 실행계획이 부재한 상태였다. 춘천 난초촌은 성매매업소를 자진 폐쇄케 하고 임시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창원 서성동 일원은 3.15민주공원으로 계획이 수립되었으나, 사업비 마련의 어려움으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었다. 대전광역시의 텍사스촌은 뉴타운개발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업성의 불투명으로 약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었다. 수도권의 경우는 개발수요가 있기에 보상 후 전면재정비 방식으로 계획을 수립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었다. 수원역 일원은 보상 후 전면재정비방식으로 주상복합빌딩을 올리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사업성이 있어 실현가능성이 높은 계획이었다. 서울시의 588의 경우도 전면 재개발방식으로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섰다. 그러나 지방의 상황은 달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짓기에는 부지가 협소하고 기타 다른 용도의 건축물은 사업타당성이 낮아 실행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필자는 3가지 대안을 제시하였다. 점진적인 개량방식, 전면 정비방식, 혼합방식이었고 시와 많은 협의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점진적인 개량방식으로 결정하였다. 전국 최초로 전면재정비 방식이 아닌 점진적인 개량방식의 기능전환 계획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무슨 기능을 담을 것인지를 고민하였다. 1년에 1,000만명을 상회하던 한옥마을 관광객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선미촌과 한옥마을 간의 거리가 도보로 약 20분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한옥마을에 집중되어 있던 관광 인프라를 다원화하고, 한옥마을의 관광객이 이곳에도 들리도록 하는 전통문화예술 관련 공간으로 기능을 전환시켜야겠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선도사업을 추진해 주변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권삼득로의 가로정비사업과 구역 내 공·폐가 매입 후 여성인권단체 등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입주하는 전략을 수립하였다.

이러한 계획이 수립되기까지 수많은 나날을 밤을 지새워 고민했던 기능전환(정비) 계획이 오늘날 하나하나 실행되어 선미촌 구역의 주변 환경이 밝게 전환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당시 계획수립의 총괄 책임자였던 필자는 조그만 보람과 함께 잔잔한 감회에 젖는다.

 <엄수원 전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한국지역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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