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14) 잘못 쓰고 있는 관용어
[바른 우리말 산책] (14) 잘못 쓰고 있는 관용어
  • 안도 전 전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12.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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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용어에서 잘못 쓰고 있는 말들을 알아보자. 관용어란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특정한 뜻을 나타내는 언어 형태를 말한다. ‘소의 털’인 ‘쇠털’과 ‘새의 털’인 ‘새털’ 중 어느 것이 많을까? 한 마리당 기준으로 하면 쇠털이 당연히 많다. 그렇다면 ‘쇠털같이 많은 날’과 ‘새털같이 많은 날’ 중 어느 날이 많을까? 당연히 쇠털을 헤아리며 보내는 날이 더 많다. 그래서 ‘새털같이 많은 날’이라고 쓰지 않고 ‘쇠털같이 많은 날’이라고 써야 한다. 발음이 비슷하다 보니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라고 쓰는데 ‘쇠털같이 많은 날들’이 올바른 표현이다.
 

  ‘평안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본인이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혹시 평양감사로 쓰고 있지 않는가? 감사라는 벼슬은 지금의 도지사와 같은 급이다. 평양은 지금으로 보면 시(市)다. 조선 시대는 시장 벼슬은 감사가 아니고 판윤이다. 즉 평양판윤이라고 해야 한다. 감사라는 벼슬을 붙이려면 ‘평안감사’가 옳는 말이다. 평안도 감사를 줄여 평안감사라고 한 것이다.
 

  ‘삼수갑산(三水甲山)에 가는 한이 있어도’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삼수갑산’을 ‘산수갑산’으로 쓰는 분들이 있다. 삼수갑산은 삼수(三水)와 갑산(甲山)이라는 지명이 합쳐진 말이다. 이 곳은 함경도에 있는 오지로 귀양지였다. 벼슬을 하는 분들이 옳은 말을 하다가 귀양을 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 내가 삼수갑산(三水甲山)에 가는 한이 있어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뜻으로 사용된 문장이다. 지금도 자신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직언을 할 때 “삼수갑산(三水甲山)에 가는 한이 있어도 이 말은 하겠다.”라고 쓰고 있다.
 

  ‘옥의 티일까?’ ‘옥에 티일까?’ ‘옥에 티’가 옳다. ‘옥에 티’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거나 좋은 것에 있는 사소한 흠’을 이르는 말이다. 이 경우는 조사를 무엇으로 쓰느냐의 문제다. ‘-의’는 소유를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이고, ‘-에’는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다. 따라서 옥이 티를 가지고 싶겠는가? 옥에 티가 있어서 옥도 속상할 것이다. 따라서 ‘-의’가 아니고 ‘-에’다. ‘옥에 티’가 옳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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