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계약서와 반포지효(反哺之孝)
효도계약서와 반포지효(反哺之孝)
  • 김천환 전북개발공사 사장
  • 승인 2020.12.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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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햇살을 머금은 앞마당 소나무에 날아든 한 쌍의 까치 울음소리가 오늘은 왠지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은 설렘을 준다.

 텃새 가운데 까마귀와 까치는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본다. 당장에라도 볼 수 있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마도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새일 것이다. 까마귀와 까치는 얼핏 보면 그 생김새가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대체로 그 상징성이 정반대라는 점이 흥미롭다. 아침에 울면 반가운 소식이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까치는 길조(吉鳥)다. 반면 까마귀는 주로 부정적인 상징으로 쓰이는 흉조(凶鳥)다.

 까마귀는 울음소리가 음산하고 시체를 뜯는 습성이 있어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지만, 까마귀 소리를 들으면 일단 재수가 없는 것으로 치는 것 같다. 까마귀와 까치는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까막까치’라고 한데 묶어서 부를 만큼 가깝지만, 그 의미는 극과 극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까마귀는 원래 흉조가 아니었다.

 서양에서는 행운의 새라 여겨지고 있으며, 우리 한 민족에게는 고구려의 국조로 삼족오(三足烏)‘가 등장한다. 이는 세발 달린 까마귀로 태양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구려 벽화에서도 삼족오 문양을 볼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까마귀를 하늘과 인간을 연결시켜 주는 사자(使者)로 여겼으며, 견우. 직녀와 관련된 칠월칠석 설화에서도 까마귀는 까치와 함께 오작교를 만들어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도 까마귀의 위상은 나쁘지 않으며, 서양에서는 지금도 까마귀에게 왕권을 상징하는 Crow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까마귀가 우리에게 흉조로 오인되어 전해지게 된 것은 중국과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과거 고구려를 두려워했던 한족들이 고구려의 상징이었던 삼족오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렸고, 일본 제국주의가 까마귀는 흉조라는 엉터리 소문을 퍼뜨렸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도 까마귀는 새 중에서 IQ가 가장 높다. 영장류에 속하는 침팬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놀라운 지능 수준을 갖고 있다고 한다.

 머리 좋은 까마귀는 새 중 유일하게 늙은 부모를 섬기는 효심 깊은 새이다. 자식이 성장한 뒤 어버이께서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한다는 효심(孝心)을 나타내는 사자성어인 반포지효(反哺之孝)는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사냥할 힘이 없어진 늙은 부모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만큼 까마귀는 효성이 지극한 새이고, 무리 안에서 경험이 많은 나이 든 까마귀를 섬기는 습성을 갖고 있는 새이다.

 까마귀도 이렇게 어미가 새끼를 아끼고, 그 새끼가 어미를 봉양한다. 이것이 무릇 생명을 가진 것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리 이전의 본능이자 속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급격한 현대화를 겪으면서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라 부모 자식 사이도 예전과 같이 서로 애틋하고 살갑지는 않은 것 같다.

 부모 봉양이 자식의 당연한 도리요 의무라는 가족중심에서, 노인수당 같은 일정부분 국가나 사회적 책임으로 점점 옮겨가는 것 같다.

 최근에는 부모 봉양조건으로 재산을 증여받고도 나몰라라하는 세태에 재산반환 소송이 늘면서 부모와 자식 간에도 효도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는 웃지 못할 사례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 사람의 효성이 까마귀만도 못하랴?

 물질적 봉양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핑계로 부모님을 찾아뵙는 횟수가 줄어들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문해 보면서, 마음과 마음이 소통할 수 있는 따뜻한 안부전화라도 지금 당장 드려보자.

 우리 공사도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과 김장김치와 연탄을 나누며 지방공기업으로서 사회환원을 통한 반포지효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김천환 <전북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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