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화 작가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시대의 상처를 위무하는 치유의 소설
홍상화 작가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시대의 상처를 위무하는 치유의 소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2.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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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입고 부서진 사람들의 서럽고 원통한 사연들을 무겁게 끌어올린 소설로 홍상화 작가가 작품집 ‘내우울한 젊음의 기억들(한국문학사·1만1,200원)’을 출간했다.

 이 작품집은 원래 ‘능바우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2000년 출간되었던 것을, 2년 전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을 기리는 마음에서 작가가 재구성해 선보이게 된 것이다. 사실상 김윤식 선생에 대한 헌사이자 작가 자신의 문학적 열정을 되새기는 새로운 다짐의 선서이기도 하다.

 모두 8개의 중·단편으로 이뤄진 작품은 하나같이 한국의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을 서사의 중요한 밑그림으로 깔고 있다. 작가는 깊이 있는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에 깊이 드리워져 있는 ‘어둠과 그늘’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이는 그간 홍 작가가 보여준 작품세계와 맥을 같이 한다. 권력과 돈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우리 사회를 낱낱이 해부하여 화제가 되었던 세태소설 ‘거품시대’와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인간 존재의 본질적 문제를 탐구하여 주목을 끌었던 ‘정보원’, 이 두 작품세계의 축을 하나로 품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세상에 대한 더 따스한 시선, 인간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겨난 굽이굽이 서러운 사연들, 한국사회의 폭력적인 부조리에 치여 떠밀리고 짓밟힌 사람들의 원통한 사연들. 생이별, 죽음, 불구, 배신, 분노, 피해의식, 죄의식 등이 뒤범벅된 아수라 지옥의 풍경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 모든 상처와 아픔을 결코 회피하지 않고 함께 껴안고 아파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작가가 오랜 고투 끝에 체득한 “상처투성이의 지난 역사를 어떻게 껴안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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