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스 오프(face off)’와 성형수술
영화 ‘페이스 오프(face off)’와 성형수술
  • 송일섭 염우구박 네이버블로거
  • 승인 2020.12.0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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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페이스 오프(face off)’는 1997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영웅본색>, <첩혈쌍웅>, <종횡사해> 등으로 유명한 홍콩영화의 인기 감독이었던 오우삼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세 번째 작품이라 한다. ‘페이스 오프(face off)’의 뜻은 원래 “맞선다, 대결한다, 맞부딪치다”의 의미, 즉 “대결”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안면 이식”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영화에는 미국의 명배우 존 트라블타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등장한다. 불굴의 FBI 요원인 숀 아차(존 트라볼타 분)는 자신의 어린 아들 마이키를 죽인 냉혹한 범죄자이고, L.A 어딘가에 생화학폭탄을 장착해둔 악독한 청부 테러범 캐스터 트로이(니콜라스 케이지 분)를 생포하려고 한다. 그를 체포하지 않으면 거대도시 로스앤젤레스가 파괴되고 수많은 인명이 살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격투 끝에 숀 아처는 캐스터 트로이를 체포하게 되는데, 그는 코마(coma,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촌각을 다투어 폭탄을 제거해야 하는 숀 아처는 FBI의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캐스터 트로이의 얼굴을 통째로 떼어내어 자신의 얼굴에 이식시킨다. 감쪽같이 캐스터 트로이가 된 숀 아처는 캐스터 트로이의 동생(알렉산드로 니볼리 분)이 수감 중인 감옥으로 가서 정보를 캐낸다.

 한편 코마(coma)에서 깨어난 캐스터 트로이는 염수(鹽水)에 보관 중인 숀 아처의 얼굴을 자신에게 이식하게 하여 FBI 요원으로 살아간다. FBI 요원 숀 아처로 변신한 캐스터 트로이는 숀 아처의 가정과 직장에서 그의 역할을 시작한다. 마침내 그들은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도 숀 아처는 캐스터 토로이의 어린 아들이 사살되는 것을 막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 서로 자신의 얼굴을 향해 총을 쏘아 죽이려는 모습에서는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일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선풍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성형수술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이 40여 년의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지워버리고 신데릴라처럼 등장하였다. 지방 캠퍼스를 졸업한 한 여인이 어느 의사와 결혼하였지만, 어떤 이유인지 이혼까지 하였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게다가 이름까지 고친 다음, 잘 나가는 한 유력인사와 결혼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화 ‘페이스 오프(face off)’에는 스토리 전개상 “안면 이식’이라는 절묘한 장치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만들었다. 한 도시를 폐허로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생화확무기를 제거하는 일은 절체절명의 과제, 그 엄청난 파국을 막기 위해서 이러한 변신은 불가피한 영화적 장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과거를 깡그리 지워버린 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성형수술을 통해서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해소하고 더 자신감 있게 살 수 있다면, 또 남에게 불쾌하게 보일 수 있는 치명적 약점을 없애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그것을 넘어 자신의 과거를 송두리째 지워 버리고 신데릴라라도 된 것처럼 새로운 욕망에 들뜬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얼굴과 이름은 ‘자신의 정체성’ 아닐까. 더 예쁘게 보이고 더 자신감을 느끼고자 했겠지만, 그것이 도를 넘어 어렸을 적 친구나 친지들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을 고치고 게다가 이름까지 바꿔버렸다면 이는 필시 또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 같다.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이력을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더 당당한 삶을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자신의 과거를 지우는 행위이고, 더 나아가 남을 속이는 행위가 될 것이다. 더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탐욕스럽게 살기 위한 준비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미 유튜브에는 자신의 학력이 불만스러웠던지 명문대학에서 공부한 것으로 고쳐 놓았고, 의사와 결혼한 사실까지 감추고 50이 넘은 사내를 안타깝게 여겨 첫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찌 보면 성형과 개명을 통해서 자신의 과거를 헌 옷 태우듯 다 태워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칠수록 원래의 모습이 더 뚜렷해지고, 감출수록 어두운 그늘이 더 도드라진다는 것을. 그가 추구했던 새로움이란 한삭 개인의 그릇된 욕망에 지나지 않았다. 인연을 지었던 사람들을 외면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잘못된 과거와 불행을 마주하는 사람만이 조금씩 발전하는 법, 과거를 지우는 사람은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아마도 그가 감추고자 한 만큼 세상은 더 집요해질 것이다. 영화 ‘페이스 오프(face off)’를 보다가 왜 하필 그녀를 떠올렸을까.

 송일섭 염우구박 네이버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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