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소박한 동심…윤형주 시인 ‘딱, 2초만’
담백하고 소박한 동심…윤형주 시인 ‘딱, 2초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2.0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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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이 졌다/ 바람에게/ 계절에게// 이기려 애쓰지도 않고/ 조용히 졌다// 그게/ 좋은 것이라며”「낙엽」

 동시인데 가슴 속을 파고드는 묵직함이 동시 같지 않다. 아니, ‘동시 같다’는 말이 편견일지 모른다.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잠들었던 동심을 깨우는 순간에 우리는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윤형주 시인의 동시에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공감하는, 영혼을 사로잡고 가슴에 울림을 주는 훈훈함이 있다.

 오랜만에 펴낸 동시집 ‘딱, 2초만(청개구리·1만1,500원)’에는 자연의 조화로운 질서와 교감, 일상의 아름다움이 그려져 있다.

  책 제목 ‘딱, 2초만’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계획표 안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아이들과 재촉하는 어른들을 그리며, 딱 2초만 기다려 주면 아이들이 엄마보다 1초 더 빠르게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는 동시다.

 ‘잡다’라는 말을 유희적으로 활용해 장난꾸러기 동생의 특성을 포착한 ‘잡고’, 할머니의 건망증을 그린 ‘할머니의 도돌이표’ 등 시인의 위트와 재치는 신선하고도 참신한 발상으로 이어져 시적 대상을 새롭게 탈바꿈해 놓는다.

 윤 시인은 “자연은 순수이며, 평안함이다. 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진다. 자연 속에서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삶 속에서 동시의 소재와 영감을 얻고, 화려한 수식어나 포장을 하지 않은 담백한 시를 쓰려고 노력했다”며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하면서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일깨워 순수했던 시절로의 즐거운 여행을 하면서 같이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동시는 발상과 시어들이 상투적이지 않고 독자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시인은 시를 통해 대상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작은 것에 대한 사랑의 눈길로 사물이 품어내는 향기를 쏟아낸다. 익숙하게 스쳐 지나갔던 것들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다. 아이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매개체로, 시인과 같은 세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순수한 사유인 것이다.

 안도 문학평론가는 “동시의 예술적 가치는 동심에 의한 정서적인 감동에 있다. 자신에 내재한 절실한 감정을 언어로 다듬어서 쓴 것이 곧 동시가 된다. 또한 작가의 절실함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감동을 주어야 잘된 동시라 할 수 있다”며 “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대가족을 위한 동심의 노래로써 누구에게나 폭넓은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고 했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동국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10년간 근무했다. 2015년 전북여성백일장에서 시 부문 차상을 받았고, 201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에 당선됐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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