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서체 유념해야
공모전 서체 유념해야
  •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 승인 2020.12.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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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문예지도 교사로 일할 때다. 공모전 응모시 컴맹을 겨우 면한 내가 봐도 아니지 싶은 난처한 요구가 있었다. 바로 서체다. 가장 많은 게‘바탕체’다. 이 바탕체는 작은 따옴표나 큰 따옴표 같은 문장부호를 사용할 때 반드시 앞말과 붙어야 할 조사가 떨어져 버린다. 가령 <‘바탕체’는>이 되는 식이다. ‘휴먼명조’와 ‘굴림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도 그렇다. 다소 지루할 수 있겠지만,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13회전국민잡지읽기공모전ㆍ제14회해양문학상ㆍ제8회등대문학상ㆍ2020경기도스토리공모전ㆍ제11회경북문화체험전국수필대전ㆍ2020낙동강어울림스토리텔링&에세이전국공모전ㆍ제24회대한민국보훈콘텐츠공모전ㆍ2020호미문학대전은 모두 ‘바탕체’로 작성하여 응모해야 하는 것들이다.

  2020도박문제예방공모전은 ‘굴림체’ 2020국민참여청렴콘텐츠수기공모ㆍ2020달구벌문예대전은 ‘휴먼명조’, 제19회김포문학상ㆍ제20회산림문화작품공모전은 ‘신명조’, 2020생명의강 낙동강수필공모전은 ‘바탕’으로 각각 작성하여 응모하게 되어 있다. 이중 정서법에 맞는 서체는 ‘신명조’와 ‘바탕’뿐이다. 14개 공모전중 불과 세 곳에서만 정서법이 흐트러지지 않는 서체로 작품을 공모하고 있는 것이다.

  바탕체ㆍ굴림체ㆍ휴먼명조 등 정서법이 일그러지는 서체를 요구한 공모전 주최나 주관처를 보면 한국잡지협회ㆍ한국해양재단ㆍ울산지방해양수산청ㆍ경기콘텐츠진흥원ㆍ대구일보사ㆍ한국수자원공사ㆍ국가보훈처ㆍ경북일보사ㆍ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ㆍ국민권익위원회ㆍ영남일보사 등이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출연기관, 언론사와 재단 등 그야말로 여러 곳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심사결과를 발표한 공모전들인데, 거기서 생기는 의문은 주최나 주관측 실무담당자들의 인지 여부다. 과연 실무담당자들이 제대로 된 원고작성을 할 수 없는 서체인지 알고도 바탕체ㆍ굴림체ㆍ휴먼명조 등으로 작성ㆍ응모하게 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모르고 그랬다면 이미 산 개망신이야 어쩔 수 없고, 하루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놀라운 건 따로 있다. 그렇게 엉터리 원고를 대상으로 어떻게 심사했는지가 그것이다. 물론 각 주최측이 내세운 심사기준이 형식보다 내용에 비중을 많이 두는 등 다소 다를 수 있긴 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조사는 반드시 앞말에 붙여써야 한다’는 문장의 기본이 안된 글을 뽑아 대상이며 장원을 준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

  마치 ‘아버지을’로 써놓은 글을 형식미 따위는 개나 줘버려 하는 심사기준이 적용된 거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글에서든 문장의 정확성, 정제된 문단, 띄어쓰기 등 형식미는 결코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글들이 심사대상이 되고, 이후 내용에서 얻는 감동과 함께 문학성을 획득하는지 여부로 우열이 가려져야 한다.

  그러니까 바탕체ㆍ굴림체ㆍ휴먼명조 등 정서법이 일그러지는 서체의 글은 이미 예선 탈락된 응모작이 되는 것이다. 이미 예선 탈락되어야 할 응모작으로 대상이며 장원을 뽑아 시상하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서체를 제약하지 않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각양각색 서체가 난무하는 게 우려된다면 ‘신명조’ㆍ‘바탕’외에도 ‘문체부 바탕체’가 괜찮지 싶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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