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에 걸맞은 교통 문화가 절실한 전주
천년고도에 걸맞은 교통 문화가 절실한 전주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0.11.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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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길에는 이름이 있다. 그 길 위에서 쌓여간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길의 이름이 되곤 한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생활 속에서 느끼고 기억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전주고등학교 앞에서 금암초등학교, 전북대학교, 덕진공원, 도립국악원을 지나 호반촌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그 길의 이름은 ‘권삼득로’. 전주의 국창 권삼득은 양반 출신의 소리꾼으로 ‘권삼득 기적비’가 전북도립국악원 앞에 위치해 있어 이 도로는 그의 이름을 따 ‘권삼득로’라 붙여졌다. 그의 본명은 ‘권정’이나 사람소리, 새소리, 짐승소리의 세 소리를 얻었다고 해서 ‘삼득(三得)’이라 불렸다고 하는데 판소리의 고장 전주다운 도로명이다.

 완산교에서 전라감영터였던 구 전북도청사 부지 앞을 지나 팔달로와 만나는 지점까지의 도로인 ‘전라감영로’ 또한 어떠한가. 조선시대 전라감영은 서울과 평양에 이어 조선 제3대 관청으로서의 위상과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 터에 올해 새롭게 전라감영이 복원되면서 전라감영의 위상정립과 전주의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견훤의 왕궁이 있던 지역인 ‘견훤왕궁로’를 비롯해 전주의 대표 관광지라 할 수 있는 한옥마을 주변으로 ‘태조로’, ‘어진길’, ‘향교길’, ‘최명희길’ 등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도로명들이 길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요즘 그 이름들에 걸맞지 않게 도로 위 교통 무법자들이 난무하고 있다. 며칠 전 전주 덕진구 한 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하다 4중 추돌사고를 낸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이뿐인가. 지난 5월에는 반월동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불법 유턴하던 차량에 2살 남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만취상태로 운전대를 잡아 애꿎은 생명을 앗아가는 음주운전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교차로 꼬리 물기와 끼어들기,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이 다반사다. 일명 ‘민식이법’, ‘윤창호법’ 등 교통관련 법규들이 새롭게 만들어졌지만 도로 위 무법 운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조사한 ‘2019년 지역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교통사고 100건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이 전북의 경우 3.13으로 전국 평균인 1.46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는 충남에 이어 두 번째로 지역의 교통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주는 올해 초 국가관광거점도시에 선정됨으로써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관광도시로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나 관광 등이 잠시 멈춘 상태이긴 하지만 이 상황이 끝나면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전주를 찾게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뿐만 아니라 국가 관광산업의 거점이자 미래 신사업 중심도시로 발전해 나갈 전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에 걸맞은 시민 의식은 필수다.

 전주는 예부터 양반의 도시라 불렸다. 전주 사람들이 올곧음을 숭상하는 선비 정신을 갖춘대서 나온 말일 것이다.

 천년고도로서 역사와 문화의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우리 개개인 모두가 그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길 위에서도 그에 걸맞은 품격 있는 자세를 갖추면 좋겠다. 이 또한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 예향 전주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무법 운전으로부터 벗어난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 배려와 포용의 정신으로 상생과 창조의 가치를 추구하는 전주의 대동 정신이 발휘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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