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통령선거 진기록이 던지는 메시지
미국대통령선거 진기록이 던지는 메시지
  • 이용섭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 승인 2020.11.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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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민주주의국가로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대통령선거에서 패자가 먼저 연설을 통해 선거결과에 승복을 선언하고 승자에게 축하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이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미국 대통령선거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2020년 치러진 제5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그 전통이 깨졌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후보자가 대선불복을 선언하고 줄소송과 함께 재검표가 실시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번 선거의 진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역대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사전투표자수가 1억100만명을 넘어 사전투표율이 약 4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의 약 2배 정도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현직대통령이 낙선된 것이 28년 만의 일이라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47.2%라는 가장 높은 득표율로 떨어졌다는 것이 더 관심을 끈다. 셋째, 조지아주에서는 약 500만표를 수작업으로 재검표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 또한 역대 가장 큰 재검표라는 기록을 쓴 것이다. 넷째, 선거가 끝나고 일어날 폭동을 대비해 뉴욕 맨해튼중심가 상점에서는 판자로 가림막을 설치하였고 총기가 많이 팔리는 기현상도 일어났으며 선거가 끝난 후 두 후보자의 지지자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모든 현상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서 찾을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향된 오류의 결과이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는 옳고 다른 후보자는 틀렸다는 믿음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에 열광하면서 선거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내 확신에 따라 사전투표를 한 것이다. 선거결과가 내가 예상하는 결과와 다르게 나오니 당연히 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예정된 결과였다. 후보자는 자기편을 모으고 상대후보자를 깎아내리기에만 몰입했고 유권자는 그에 편승해서 무비판적으로 따라 가면서 단단한 콘크리트 장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함께 만들어낸 참상이다.

 내년에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지금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먼저 정당과 정치를 하는 분들에게 선거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 드리고 싶다. 역대 선거에서 정당이나 후보자의 지지도를 보면 지지하는 층과 지지하지 않는 층의 비율이 각각 30% 내외에서 편차를 두고 결집을 하였고 중도층이 40%에서 편차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집토끼만 잡으면 산토끼는 놓친다. 선거에서 진리는 집토끼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편은 무조건 틀리다는 편 가르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집토끼를 모으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선거에서 승리를 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은 유권자에게 묻고 싶다. 정치인을 위한 선거인가? 나를 위한 선거인가? 이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으면 당신은 유권자의 자격이 있다. 귀한 자식은 매를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에게는 떡 하나를 더 준다는 옛말이 있다. 부모는 잘난 자식에게 매를 들어 가정의 질서를 바로잡았다. 속담 속의 부모처럼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내놓는 정책이나 언행들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때는 과감하게 채찍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이번 미국대통령선거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만든 선거제도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를 성장시킬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하나다. 정치인도 유권자도 각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럼, 확증편향이라는 괴물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용섭<전북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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