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12) 우리글, 우리말의 위기
[바른 우리말 산책] (12) 우리글, 우리말의 위기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11.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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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대학 교수가 강의 시간에 ‘타자(他者-다른 사람)’를 설명하자 학생이 손을 들어 ‘타짜(노름꾼)’을 잘못 썼다고 지적을 했다. 어느 고등학교 학생은 ‘문외한(門外漢)’을 ‘무뇌한’으로 써놓고 ‘뇌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모든 일이 수포(水泡-물거품)로 돌아갔다’를 ‘숲으로 돌아갔다’고 쓴 학생도 있다.

  중, 고등 교사, 대학 교수들이 자주 하는 얘기다. 학생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경조사에 돈이나 물건을 보태 돕는 ‘부조(扶助)’는 흔히 ‘부주’라고 발음한다. 복이 있고 없음을 나타내는 운수소관인 ‘복불복(福不福)’을 ‘복글복’으로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국민 국어 실력이 낮아진 이유는 우리말의 70%가 한자의 조합으로 이뤄졌음에도 학교가 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한자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독서량 부족도 이 같은 수준 낮은 국어 실력의 원인이다.

  요즈음은 무분별한 외래어, 거기다가 텔레비전 연속극 대사, 오락프로그램 사회자의 듣기 민망한 언어 특히 요즘엔 괴상한 인터넷 언어까지 우리 글, 우리 말 오염을 가중시킨다. 그 사례는 부지기수다. 아내가 자기 남편을 부를 때 보통 ‘자기야’하고 부른다. 이 말이 유행돼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예사로 쓰인다. 본래 ‘자기’는 두루 가르킴의 인칭대명사다.

  남매간이 아닌 남자에게 ‘오빠’란 호칭도 당치 않다. 젊은 여성들이 남편을 ‘오빠’라고 하는가 하면 연애를 하면서 애인에게도 ‘오빠’라고 부른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만 보면 거의 ‘오빠라고 부른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말들은 너무 많다.

  “감사 드립니다” “축하 드립니다”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국무총리는 “감탄을 드립니다”라고 까지 했다. ’감사‘ ’축하‘는 본래 일본식 한자말이다.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로 써야 바른 말이다. “당부 드린다”는 말은 어른이 손아래 사람에게 어떤 일을 부탁할 때 하는 말이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감히 이런 말을 쓰는데 무례하기 짝이 없다.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해야 옳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사람의 주검을 ‘사체’라고 쓰는 경우가 보이는데 이는 일본식 표현이다. 올바른 우리말이 아니다. 사람의 주검은 어디까지나 시체이지 사체는 아니다. 사체는 죽은 짐승의 몸뚱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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