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꼰대”라고 말하지 마라
함부로 “꼰대”라고 말하지 마라
  •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 승인 2020.11.19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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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만난 친구 녀석과 점심식사를 하는데 한마디 푸념을 읊조렸다. “같이 일하는 후배가 사소한 업무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대뜸 ‘꼰대처럼 왜 그러세요’라고 비꼬는데 그 말이 영 거슬리는 거야” “야 꼰대라는 말이 얼마나 정겹냐. 생각하기 나름이지 좋게 받아들이면 되잖아”

 녀석은 결코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그였다. 주변의 다른 지인들의 신망도 두터웠다. 그런 자신에게 꼰대라 쏘아붙이는 후배의 언사가 영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꼰대라는 뜻이 무엇인가? 꼰대라는 말은 본래 아버지나 나이 많은 선생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는 은어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인생의 길잡이를 해주는 멘토 쯤으로 이해될 만하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꼰대의 의미를 크게 변질시켜 놓은 것 같다. 예전에 자신들이 살아왔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지금의 중추세대들에게 강요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꼰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는 더더욱 많이 쓰이는 말인 듯하다.

 사실 꼰대의 출현은 베이비붐 세대와 무관치 않다.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4% 이상 차지한다고 한다. 1960년대의 가난했던 빈곤시대를 거쳐 1970년대에 유신시기를 맞이했고 1980년대에는 산업화의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민주화의 열망사이에서 갈등했으며, 1990년대 후반에는 IMF경제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최고 피해자로 살아온 세대들이다. 필자도 이런 시대를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가난과 삶에 찌들어 먹을 것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을 것 제대로 입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 70~80년대 산업화를 이끌었던 주역들이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속이 썩어 문드러져 가도 내색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일하면서 가족과 본인의 생계를 위하여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베이비붐 세대들이 이 나라를 지탱해 왔기에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존재할 진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내기보다는 꼰대세대로 폄훼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이유는 지나온 과거에 대한 존중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신세대들의 의식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최악의 취업난으로 청년실업은 끝이 보이지 않고, 핵가족으로부터 시작된 공동체 붕괴는 장유유서와 온고지신이라는 미풍양속보다 개인 이기주의를 극대화한 결과다.

 중요한 것은 각박하고 힘겨운 인생살이 속에서도 한 시절을 지탱해 온 인생의 선배들에 대한 삶과 애환은 이해해주면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세대에 질문을 던져본다. 꼰대? 그게 원래 무슨 의미를 내포한 말인지 아느냐?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를 설명하면서 그렇게 따라 와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사회가 나만 편하면 되고 나만 이득이 있으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과거 꼰대 세대들의 인생사도 되짚어 봐 달라는 얘기다.

 우리가 살아왔던 삶과는 지금은 너무나 다르다. 지나간 과거도 헤집어보면 쓸 만한 것들이 있을 텐데 통째로 버려버리면 너무나 아깝지 않을까? 우리도 이해해 주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접목해 간다면 더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꼰대들도 반성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건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를 살아온 우리는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 우리의 사고도 변해 가야 하는 게 옳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내 생각만이 옳다고 설명하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말을 듣지 않아 조금 더 언성을 높이면 갑질로 변해버린다. 요즘은 갑질이 흔한 일상이 되어버린 것도 적지 않다. 서로 시대를 이해해주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내가 살아온 세대만이 옳고 내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꼰대라는 은어까지 써가며 폄훼해야 할까! 어렵게 고생하며 힘겨운 세월을 살아온 것도 서러운데 이제는 사고에 밀려 뒷방 신세로 전락하는 느낌이 들다 보니 왠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발자국만 뒤로 물러서면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양보의 미덕도 얻을 수 있다. 서로 양보하고 상대의 입장도 생각하며 한 번쯤 곱씹어 본다면 꼰대라는 좋지 않은 비속어는 나오지 않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꼰대라고 얘기하는 본인도 언젠가는 꼰대가 되겠지! “함부로 꼰대라고 얘기하지 마라” 필자도 오늘부터 꼰대소리 듣지 않게 행동을 해야겠다. 꼰대라는 말보다는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동반자로 생각해주는 자세로 바꿔 보는 건 어려운 일일까!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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