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팩트체크조차 할 수 없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사람을 유혹하는지 밝혀낸 문제작이 나왔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다산초당·1만8,000원)’는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스트가 파헤친 사람들을 현혹해 세상을 지배하는 개소리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가짜 뉴스가 세상을 휩쓸고 탈진실 시대가 도래하자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거짓말은 진실과 권위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행하는 것이라면, 개소리는 진실도 거짓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내뱉는 허구의 담론이다. 중요한 건 개소리가 사람들의 일상, 주요 국가 정책, 지도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중요한 영역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아주 오래된 유죄
‘아주 오래된 유죄(한겨레출판·1만5,000원)’는 여성에 대한 착취와 억압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끝없이 싸워왔던 변호사 김수정이 쓴 책이다. 지난 20년간 법정에서 여성을 위해 변론하며 기록한 여성 인권 투쟁기이자, 저자의 첫 단독 저작인 것. 코로나 시대의 여성 노동권, 일본군 위안부, 미혼모·입양 문제, 낙태죄 찬반 논란부터 위헌 판결, 그리고 2020년 낙태죄 개정안 논란까지 새로 쓴 최신 이슈 글들을 모두 수록했다. 이 책에 쓰인 사건들은 픽션이 아니며 살아 움직이는 여성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기에, 때론 그 어떤 문학작품보다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슈거 대디 자본주의
‘슈거 대디 자본주의(샘앤파커스·1만6,000원)’는 최근 수년간 소위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불안정한 일자리, 온디맨드 형태의 시간제 일자리, 프리랜서 노동의 확산과 개인화로 인한 다층적 문제들을 탈공식화하는 흐름 속에서 파악한다. 탈공식화란 공적 거버넌스와 규제를 통한 노동자 보호가 일터에서 사라지게 된 것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첨단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노동자는 금전 거래에 기반한, 그러나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끄트머리에 위태롭게 매달린 사실상의 자영업자가 됐다. 지속 불가능한 패러다임을 유지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인간 충격 흡수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윤리의 미래 “좋은 삶”
윤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윤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탐구한 책이 나왔다. ‘윤리의 미래-좋은 삶(준평·1만5,000원)’은 인류 공동체의 생명과 존속을 위협하는 코로나 시대, 코로나 이후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치로서 윤리의 의미를 찾는 책이다. 저자는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 먼저 윤리가 삶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좋은 삶 그 자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좋은 삶과 좋은 행위가 행복을 보장하고, 윤리적인 삶은 바로 좋은 행위와 좋은 생각을 낳고, 좋은 행위 좋은 생각은 좋은 삶을 낳는다는 선순환적인 삶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텐 드럭스
감기에 걸려 약을 타 오면 1회분 약 봉투에도 서너 개의 알약이 들어 있다. 이런 식으로 먹는 약을 전부 따지면 평생 동안 얼마나 될까? ‘텐 드럭스(동아시아·1만7,000원)’에 나온 자료를 보면 미국인들은 평균 수명 78.5년 동안 5만 개 이상의 약을 먹는다. 이 책은 열 가지 주제가 되는 약을 선정해 각각의 약이 어떻게 개발되고 퍼져나갔으며 세상을 바꾸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엮어낸다. 약 덕분에 인류의 평균 수명이 수십 년 늘었지만, 약의 만든 어두운 면도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마약과 진통제와 관련한 주제에 여러 장을 할애하며, 거대 제약 산업의 현실과 부조리함도 고발한다. 빨려들 듯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묵직한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 약의 연대기다.
김미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