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성당을 성지순례 메카(Mecca)로 만들자
전동 성당을 성지순례 메카(Mecca)로 만들자
  • 안도 문학 평론가
  • 승인 2020.11.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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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카(Mecca)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이슬람교 성지다. 세계인구의 약 20%인 12억 무슬림이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는 이슬람의 발생지이자 최고 성지인 ‘메카’를 일생에 한번 이상 방문해서 정해진 의식을 치르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유래해서 ‘어떤 분야에 중심이 되어 사람들의 동경과 숭배의 대상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전주의 한옥 마을은 2016년부터 해마다 1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요즘은 “한번은 올 만하지만 두 번은 망설여 진다”는 말로 대변되고 있다. 실제로 한옥마을 곳곳에 나온 점포 매물과 관광객 수만 보아도 확연히 알 수가 있다.

  이 같은 한옥마을의 위기는 지나친 상업화와 정체성 상실 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앞으로 우리 과제는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우리 ‘한옥마을’을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조망하는 공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우리 전주를 ‘한옥마을’과 더불어 ‘성지 순례의 메카’라는 타이틀(title)을 하나 덧붙이자고 제안한다. 전주 한옥 마을이 타지의 한옥마을과 대비되는 것은 한옥에 실제 주민이 살고 있다는 차별성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 음식점의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상업시설들로 차곡차곡 채워져 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옥은 사라져 가고 원주민도 떠나면서 한옥마을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전주는 천혜의 환경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한옥, 한식, 한복체험도 좋지만, 전주는 태조 어진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역사가 살아있는 경기전이 있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터 전동성당이 있으니 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가?

  우리 전주는 한국 천주교회의 첫 순교자들인 윤지충·권상연이 순교한 곳일 뿐 아니라 그 순교터에는 사적 제288호 전동성당이 우뚝 서 있다. 전주시내를 굽어보고 있는 치명자산은 호남의 사도 순교자 유항검 일가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특히 이곳에 함께 묻힌 유항검의 아들 며느리인 유중철·이순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동정 부부 순교자이기도 하다.

  이 밖에 전주천변을 끼고 있는 순교지들인 숲정이 초록바위, 서천교를 비롯해 초남이, 여산, 천호 등 전라북도 일원에는 신앙 순교선조들의 자취가 생생히 묻어나는 성지들이 줄줄이 있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점은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현실 세계에서 완성하고 미래에서 누리는 것이다. 그것이 구도자의 뜻이다. 우리 전주도 눈이 호강하고 입이 즐거운 것도 좋지만 신자가 아니라도 종교를 떠나서 정신적으로도 풍요를 누렸으면 좋겠다.

  가톨릭 본산지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는 교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종교적 가르침을 얻기 위해 성지순례자들이 연간 4,000만 명이 방문하여 40억 유로를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을 위해 박물관, 기념관 그리고 순례자를 위한 여러 시설 제공이 뒤따라야 한다.

  전동 성당에서는 성지 순례자들을 대비한 콘텐츠를 위해서 작년 130주년을 계기로 ‘첫 순교터 후원회(☏ 284-3222)’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은 월 회비 1만원이라고 한다. 가톨릭 신자들 그리고 종파를 떠나서 일반인들도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동성당이 세계적 성지순례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후원회원에 많이 동참해 주었으면 한다. 전주가 맛과 멋 그리고 조선의 역사가 흐르고 성지 순례지로서 품격 있는 관광지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안도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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